명태균씨 여론조사비 대납 사건 1심 재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무효형' 판결을 받은 데 대해 야권에서 잇단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재판부가 대납의 직접 증거 없이 정황과 추정을 바탕으로 형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23일 언론에 배포한 논평에서 "오 시장에게 선고된 1심 판결은 엄밀한 증거 대신 정황과 예단을 우선시한 대단히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재판부가) 내놓은 것은 객관적 물증이 아니라 일방적 진술과 정황을 이어붙인 추론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 시장의) 지시 문건도, 녹취도 없었다"며 "여론조사 의뢰 주장 시점 이전에 이미 설문지가 작성돼 있었다는 반대 정황은 끝내 무겁게 다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유죄의 근거로 2021년 4.7 재보궐 선거를 앞둔 오 시장이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내 경선을 앞두고 경쟁자에게 뒤처지고 있던 상황에서 이를 뒤집을 여론조사가 필요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대납 혐의를 받는 김한정씨가 오 시장 부탁을 받지 않았다면 돈을 보낼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선 재판부가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데도 '정황 증거'로 판단을 내렸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오 시장의 요청과 김씨에게 대납하게 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필요한데 정황을 바탕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경쟁 후보보다 열세라고 여론조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다"라며 "'동기가 있었다는 것'이 곧 '실행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선 물증으로 인정된 것은 '여론조사 실시 시점'과 '돈이 오간 때'에 해당하는 사실관계인데 추정을 통해 이를 '오 시장 지시'에 의한 것으로 연결시켰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날짜와 액수가 맞다고 해서 자동으로 공모관계가 증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야권은 김씨가 '대납 지시' 없이도 친분이나 별도의 정치적 목적 등 다른 동기에서 명씨에게 돈을 보냈을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판결로 본다.
판결문 곳곳에 등장하는 "판단된다", "자연스럽다" 등의 표현도 이번 판결이 객관적이지 않은 자의적 판단의 근거라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인다' '판단된다' '개연성이 상당하다'는 등의 표현이 오 시장의 공모나 대납 여부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사용됐다"며 "죄가 되고 안 되고를 가르는 핵심 고리가 추정으로 채워진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정무 부시장이 대납을 공모한 시점과 대화를 보여주는 '팩트'가 제시되지 않은 채 판결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범죄 입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야권에선 재판부가 명씨의 진술에 과장·거짓이 섞여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진술에 대해서는 신빙성을 부여한 점도 문제 삼는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10건의 여론조사 중 5건(2100만원 대납)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고 나머지 5건(1200만원)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야권 관계자는 "1200만원에 대해 적용된 (오 시장 지시 외) '친분 관계 등 대납을 했을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가 2100만원 부분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며 "기준이 자의적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황증거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이 사건은 '여지·가능성이 있다' '불분명하다'는 표현을 반복하며 유무죄 부분을 나눴다. 정황을 쌓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판결 직후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전적으로 명태균의 진술에 의존해 판사의 예단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며 "판결은 엄밀한 증거와 사실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항소심에서 면밀한 검증과 판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