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이 17일부터 하반기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실시한다. 이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이재명 대통령은 종전을 위한 다자회담을 거론하며 대북 유화 메시지를 발신해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군 당국에 따르면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UFS는 한미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다. 올해 UFS 연습에 우리 군은 예년과 유사한 약 1만8000여명이 참가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중동전쟁 등에서 변화하고 있는 전쟁 양상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연습하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능력·체계에 대한 한미공동평가도 진행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축소 지시에도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라며 "내가 대통령인 동안 위협적이지 않고 정중했던 북한을 향해 (한미연합훈련이)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도 보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훈련을 취소하기는 너무 늦었기 때문에 전쟁부 장관에게 연합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대북 유화 메시지는 북미 회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란 전쟁으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국면 전환용 이슈로 북한을 선택하고, 이를 위해 북한이 반발하는 한미연합연습의 축소를 언급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14일 한미연합연습을 "본질상 침략전쟁시연"이라며 "새로운 수준의 위협에 새로운 수준의 억제력을 적용하는 것은 우리의 일관한 안전보장원칙"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15일(현지시간) SNS에 김 위원장과 찍은 2019년 판문점 회동 사진도 올렸다. 그는 "이 사진에선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웃고 있는 사진도 많이 있고 김 위원장과 나는 매우 잘 지낸다"고 적었다. 북한 담화 발표 이틀 연속 북한에 호의적인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심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나선 것처럼 미국 대통령들은 중간선거 패배 후 국면전환을 위해 외교 이슈를 꺼내는 경향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라는) 카드를 살려두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다만 "치밀하게 계획되거나 전략적·논리적 판단에 근거한 발표는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실제 국방부에 훈련 축소 관련 미측의 구체적인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미 전쟁부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발표에 당혹스러워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별개로 우리 정부도 대북 유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우리 군은 UFS내 야외기동훈련(FTX)을 집중하기보다 연중 분산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훈련에서는 전년(22회)보다 줄어든 14회 실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지난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서로에 대한 상호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종전 논의를 전격 제안했다. 이 대통령이 종전협상 관련 다자 논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지시와 관련해선 "북미 정상 간 우호적인 관계가 의미 있는 북미대화로 이어짐으로써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진전시키기 위한 논의가 개시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정상이 대북 유화 기조를 이어가며 대화를 강조했지만, 북한이 테이블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북한을 같이 제재하던 중국과 러시아가 이제는 북한과 밀착하면서 대화에 나설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은 "북한은 지금 중국·러시아·베트남과의 관계를 설정·확장하기에도 바쁜 시점"이라며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의 회담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연합훈련 전면 중단 같은 가시적인 조치가 있어야 북한도 검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