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한미외교장관회담을 갖고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파병 문제를 포함한 한미 양국의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17일 열릴 예정이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개최까지 미루며 파병 문제를 놓고 고민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조 장관은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조 장관은 "몇 달 만에 열리는 정식 외교장관회담이지만, 지난달에도 장시간 통화를 했고 이런 과정에서 한미 관계를 잘 조율해 나오고 있다"며 "이번에는 무엇보다 한미 양국 간 여러 현안을 깊이 있게 토의하고 한반도 문제와 지역 문제, 국제 정세에 관해서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의 이번 방미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한국의 '파병' 문제다. 정부는 이를 파병이 아닌 '군사적 기여' 방안으로 강조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도 관련 의제가 다뤄질 것을 예고하면서 "아직 정부의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고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이날 열릴 것으로 예정돼있던 NSC 상임위는 취소됐다고 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날 NSC가 열리지 않았으며 한미 외교장관회담 전까지 열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미국 정부의 입장과 구상 등을 파악한 후 최종 결정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국익의 관점에서 파병을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기본적으로 호르무즈 문제는 어떤 구체적 방안에 이르더라도 우리의 주체적인 결정"이라며 우리 국민 보호나 선박의 안전 등과 관련해 여러 국가, 국제사회와 협의할 수는 있으나 국익 기반에 기초해 내려야 할 저희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대미투자도 핵심 의제 중 하나다. 조 장관은 당초 이날 예정됐던 대미투자 관련 국회 보고가 연기된 데 대해 양국간 이견보다는 국내 절차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 세부적 사항을 좀 더 조율하는 단계로 갈등은 아니고 접점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며 "우리의 경제적 이익이나 여러 입장이 있기 때문에 세부적 사항을 조율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미투자와 호르무즈 파병, 그리고 한미 안보 협상까지 모든 문제가 연동돼서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대미투자의 실타래가 풀리면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등 한반도 정세도 중요한 의제다. 조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소셜미디어)에서 밝힌 내용에 근거해 이번에 북미 관계에서 어떤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우리 정부로서도 환영하는 일"이라며 "그럴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 정부가 '패싱'당할 일은 없으니까 그에 대해 점검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2일 뉴욕에서 개막하는 연례 유엔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유엔총회 계기 트럼프 대통령과의 '약식 회동' 등에 대해 직접 언급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