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한미 간 현안을 비롯해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파병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련 논의도 이뤄졌지만, 미국의 구체적 요구사항은 전달되지 않았다.
19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루비오 장관과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고 한미관계·한반도 문제·지역 및 글로벌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회담은 약 50분간 진행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 장관은 철통같은 한미동맹에 대한 확고한 공약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인 한미동맹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 장관은 현재 양국 간 진행 중인 대미 전략투자 사업 관련 협의가 좋은 결실을 맺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하고,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Joint Fact Sheet, JFS)를 포함한 양 정상 간 주요 합의 사항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지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같은 날 오후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개최한 특파원간담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미 등 중요 외교 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미 간 현안을 돌아보고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끌어가기 위한 방안들을 짚어보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 강화와 대미 투자 프로젝트 협상, 양국 정상이 합의한 공동 설명자료 합의 충실한 이행을 위한 소통 등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북미대화를 포함한 대북정책 전반에 있어서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계속해가기로 했다"면서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 경주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를 추진하면서,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 핵 보유를 일시적으로나마 용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루비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 목표가 유지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측이) 북미대화가 이뤄진다면 평화 정착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큰 기여를 할 수 있기 바란다는 우리 정부 입장을 다시 한번 설명했고, 루비오 장관은 이에 대해 진행이 되면 한국과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했다)"며 "다만 아직 진전사항은 없다고 확인해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국 정부의 호르무즈 파병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간담회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통항 회복을 위해 우리 정부도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실질적 기여를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루비오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협력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란에 대해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특히 "그런 형태의 파병이든 군 자산 파견이든 하지 않는다"며 "전쟁 불관여, 불개입 원칙은 지금까지 지켜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은 이같은 우리의 입장에 이해를 표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의 기본 입장을 잘 설명했고, 미측도 이를 이해하며 한국과 긴밀히 소통해 나가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전달됐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내용은 협의 과정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편 루비오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강조했다. 쿠팡 사태로 미 정치권에서 확산한 한국의 차별 주장을 되풀이한 모양새다.
국무부는 "루비오 장관은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기업들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며 형평성 있는 사업 환경이 절실히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구글이나 쿠팡 등 여러 이슈를 총체적으로 묶어서 하는 얘기"라며 "(조 장관은) 한국의 정당한 법 집행 차원에서 모든 일이 이뤄졌고 앞으로도 어느 미국 기업을 특정해 타깃으로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달 24일 한미 외교장관 통화 이후 3주 만에 개최됐다. 조 장관은 오는 19일 뉴욕으로 이동해 내주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총회 고위급 연설을 지켜보며, 이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루비오 장관과 다시 만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