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현 국세청장이 물가 관련 세무조사가 청와대 기조에 맞춰 이뤄진다는 지적에 대해 "다른 부처나 청와대(대통령실)로부터 세무조사 요청을 받은 적은 일절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 청장은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세무조사는 최대한 신중하고 절제해 운영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비정기 조사 건수도 작년보다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세무조사가 대통령의 발언에 맞춰 이뤄진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158개 업체를 대상으로 물가 관련 세무조사를 벌였다며 "대통령이 생리대·라면·금융기관·부동산 등 구체적인 품목과 업종을 거론하면 짧게는 몇 주 뒤 바로 국세청 조치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청장은 "단순히 가격을 올렸다고 세무조사를 할 수는 없다"며 "폭리를 취하고 명백한 탈세 혐의가 있는 업체에 한해서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도 쿠팡과 농협중앙회 세무조사를 언급하며 "어떤 정권이든 정치적 세무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임 청장은 "세무조사의 정치적 중립성은 최선을 다해 지키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탈루 혐의가 확인돼 착수한 조사인데도 언론 등에서 가끔 정치적으로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이 있어 억울한 면도 있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행정 공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주식 투자자는 세금을 안 내는데 가상자산에만 세금을 매기는 것이 조세 형평에 맞느냐"며 "재정경제부는 국세청이 준비한다고 하고, 국세청은 재경부와 협의한다고 핑퐁만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장 석 달 뒤 과세인데 과세 대상이 몇 명인지, 세수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예상치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임 청장은 "가상자산 과세가 내년 1월 시행되더라도 2027년 거래분에 대한 실제 신고·검증 시점은 2028년 5월"이라며 "국회 세법 심사 결과에 맞춰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임 청장은 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과세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데 대해서는 "간주 고정사업장 등 여러 법리를 세워 과세하고 있지만, 조세심판원과 달리 법원의 판단은 다른 것 같다"며 "과세주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다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고액 체납 징수 성과를 들어 국세청을 격려한 점을 언급하며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국세청은 지난 7일 고액체납 특별대응 TF 운영 결과를 발표하며 약 4000억 원을 체납한 권혁 시도그룹 회장의 완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현금 1000억 원을 납부한 뒤 나머지 2938억 원에 대한 분납 계획서를 제출하고, 라이베리아·파나마에 등록된 해외 선박 5척을 담보로 제공하는 내용이다.
임 청장은 "그간 체납 추적과 세무조사가 별개로 운영됐는데, 이를 합친 연계팀에 역외탈세팀까지 더해 가동하면서 성과를 냈다"며 "이를 정규 조직화해 지속 추진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