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 개미들 반발 속 '공개토론' 띄운 李...의무공개매수제 속도 내나

우경희 기자, 김도현 기자, 김근희 기자
2026.10.29 06:00

['의무공개매수제 재논의' 급물살 타나] (종합)

5만명 넘는 '반대' 청원에....李대통령, '의무공개매수제' 공개토론 띄웠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10.08.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국회 본회의 문턱에서 멈춰 선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법안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토론 제안으로 재논의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추진된 제도가 정작 일반주주의 매도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재검토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도 5만명 넘게 동의하면서 법안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국회전자청원사이트에 따르면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법안 재검토 요구 청원은 이날 오후 기준 5만3684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15일 공개된 이 청원은 엿새 만인 21일 동의자 5만명을 넘어섰다. 공개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대상이 된다.

엿새만에 5만명 "재검토해 달라" 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은 경영권 인수자가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면 기존 보유분을 포함해 발행주식의 '50%+1주'까지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인수자는 기존 대주주의 지분을 매입한 뒤 50%+1주를 채우는 데 필요한 만큼만 일반주주에게 공개매수하면 된다.

예를 들어 대주주가 지분 40%를 보유한 상장사를 인수할 경우 인수자는 대주주 지분 40%를 먼저 매입한 뒤 일반주주 지분 10%와 1주를 추가로 공개매수하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에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지만 일반주주는 일부만 같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구조다. 일반주주 모두에게 지배주주와 동등한 매도 기회를 보장한다는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다음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 재논의를 요구했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의 합산 수탁고는 87조원에 달한다.

여야 합의에도 진통 계속, 본회의 보류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을 비롯한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의무공개매수제도 정무위안에 대한 국내외 자산운영사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9.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의무공개매수제는 1997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지만 기업 구조조정을 어렵게 한다는 우려 속에 이듬해 폐지됐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12월 제도 재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50%+1주 기준을 제시했다. 지난 3월에는 의무매수 비율의 구체적인 수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나왔다. 시장 상황에 따라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둔 것이다.

지난 4월 28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박 의원안을 비롯한 여야 의원 9명의 법안이 병합되면서 의무매수 비율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조항은 삭제됐다.

여야는 지난 9월 15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법안을 의결하고 정기국회 내 처리에 합의했다. 하지만 인수합병(M&A) 비용 증가와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야당과 일반주주 보호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여당 내 일부 의견이 맞서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개정안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의원이 기권하는 등 진통 끝에 상임위를 통과했고, 지난달 28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소액주주와 자산운용업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당초 지난 1일 예정이었던 본회의 상정은 보류됐다.

대통령 공개토론 제안, 재논의 속도전?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이날 X(엑스)에 글을 올려 의무공개매수제의 적정 매수 비율과 방식을 놓고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대주주와 소액주주에게 같은 비율의 매도 기회를 보장하면 대주주의 경영권 매각 유인이 떨어질 수 있고, 잔여 지분 전량을 의무적으로 매수하게 하면 인수자의 자금 부담이 커져 M&A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 지분을 먼저 전량 인수하고 남은 매수 물량을 일반주주에게 배분하는 절충안도 거론했다. 3가지 안의 장점과 단점을 잘 살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당도 법안 재논의를 공식화한 상태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소액주주들의 우려를 반영해 법안을 다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무위·법사위를 거쳐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전면 수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재논의 과정에선 50%+1주 기준을 유지하되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매도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 금융위가 당초 제시한 대통령령 위임 방식을 되살려 시장 상황에 따라 의무매수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여당 관계자는 "재논의를 하더라도 여야가 이미 정기국회 처리에 합의한 법안이라는 점을 출발점에 두고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 李 절충안에 운용업계 "소액주주 권리 훼손"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생명안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10.28.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

자산운용업계가 이재명 대통령의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공론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주주 지분을 먼저 매수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서는 대주주뿐 아니라 모든 주주의 지분을 함께 매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의무공개매수제 세부 입법안 관련 구체적인 매수 비율과 방식을 두고 시장 안팎에서 적지 않은 우려와 현실적인 고민이 교차하고 있다"며 "관련 토론과 의견을 구한다"고 밝혔다.

인수자가 대주주(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인 뒤 '50%+1주'에 모자란 물량만 공개매수하면 되도록 한 의무공개매수제 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다. 자산운용업계가 해당 법안이 일반주주의 권리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이 문제 삼는 것은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보다 먼저 인수자에게 지분을 전량 팔 수 있게 한 점이다. 예컨대 지배주주 지분이 40%라면 인수자는 이 40%를 장외에서 선행매수한 뒤 모자란 10%+1주만 일반주주에게서 공개매수로 사면 된다. 지배주주 지분이 이미 절반을 넘은 경우 일반주주는 주식을 팔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대주주 지분을 포함해 '50%+1주' 매수를 의무화하되 소액주주 지분까지 공평하게 안분해 매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에 대해서도 X에서 언급했다. 그는 "이 경우 경영권을 넘기는 대주주가 보유 지분 전체를 매각하지 못하고 남은 주식을 시장가격으로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대주주의 매각 유인이 떨어져 기업 구조조정이나 건전한 M&A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A 활성화를 위해 '50%+1주'를 강제 매수하게 하되, 대주주 지분을 전부 인수하고 남은 부분만 소액주주들이 안분해서 매수 청구할 수 있게 하자는 절충적 의견도 있다"며 본회의 상정이 보류된 법안을 다시 언급했다.

자산운용업계는 우선 이 대통령이 의무공개매수제를 공론화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의장은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의무공개매수제에 대한 다수의 의견을 구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절충안에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대원칙은 주식 1주는 동일한 가치와 동일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같은 종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누군가는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있고, 누군가는 일부만 팔 수 있다는 것은 일반주주의 성과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지분을 공평하게 안분하면 M&A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과도한 걱정이라고 반박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 자체가 M&A 시 인수자가 지분을 100% 사는 것이고, 이에 대한 절충안이 '50%+1주' 안분 공개매수"라며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문제없이 M&A를 하고 있다. M&A 위축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대주주가 보유 지분 전체를 매각하지 못하면 오히려 건강한 M&A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주주가 여전히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회사를 앞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인수자에게 경영권을 넘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은 또 대주주 선행매수가 이뤄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한다고 해놓고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다르게 가고 있다"며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보다 이득을 보는 잘못된 관행이 굳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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