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의회 주도권을 내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빅이벤트로 반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이 유력한 돌파구로 거론된다. 다만 아직은 북한이 대화에 나설 실익이 크지 않은 데다 민주당 주도 의회 권력의 견제 등을 감안하면 실제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김정은과 담판 나설까…동력 유지 관건
5일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 이후 북미 정상회담을 외교적 승부수로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한 외교 분야에서 성과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유산(레거시) 확보에 주력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 문제가 매력적인 외교 카드가 될 수 있다. 중동 전쟁의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데다 중간선거 패배로 정치적 입지가 약화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로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실질적인 합의 도출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 극복을 위해 정상회담 자체를 외교적 성과로 내세울 경우 비핵화 등 북핵 문제의 핵심 쟁점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나 제재 완화 등 기존 요구를 고수한다면 협상은 접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北, 민주당 장악에 부담…협상 실익도 불투명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도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중국·러시아와의 경제·군사협력 강화로 핵무력 고도화와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서 양보하면서까지 북미 대화를 추진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의회의 권력 구도 변화도 북한의 계산을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간 합의를 이루더라도 대북제재 완화와 경제적 보상 등 후속 조치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의 견제에 부딪힐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불분명하다면 북한이 섣불리 협상에 나서기보다 미국의 태도 변화를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전날 바이낸스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미국에 반발하며 "대화가 선택지에 포함되지만 반드시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으면서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관건은 오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될 지 여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바이낸스 사태 추이, 북미 대화와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