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평가 변경·졸업유예 폐지·학부 통폐합…"학생들이 봉?"

김사무엘 기자
2015.01.08 17:00

대학들, 교육부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 민감…등급 낮으면 정부 지원 축소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 대학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 대학생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의 입법 반대를 주장하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4학년인 황모양은 지난 학기에 절대평가 과목인 스노우보드를 수강했다. 장비대여와 시설이용 등으로 30만원을 들여 수업을 들었던 황양은 무난히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 예상했지만 성적은 'B'였다. 학기가 끝난 후 갑자기 상대평가로 바뀐 학교측의 일방적인 성적 평가방식 변경 탓이었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도입하는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얻기 위해 각 대학마다 치열한 제도개선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재정적 노력이 필요한 제도개선책보다 당장 돈이 들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제도부터 손질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 대학들,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 민감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고 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급감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새로운 평가 방식이다. 일반대학의 경우 총 18개 지표에 따라 점수를 매겨 A, B, C, D, E 등 5개 등급으로 나눈다.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원 감축이 추진되며 하위 2개 등급에 대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제한된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 계획이 확정되자 대학들은 재정지원 축소와 정원감축등의 제재조치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개선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한국외대는 평가 지표 중 수업관리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2014년 2학기부터 일부를 제외한 모든 절대평가 과목을 상대평가 과목으로 변경하기로 지난달 22일 결정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지난해 11월 등록금을 내지 않고 졸업을 유예할 수 있는 '0학점 등록제'를 폐지하고 대신 '학사학위과정 수료제도'를 도입했다. 졸업을 미루고 학교에 남아있는 재학생 수를 줄여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 비율을 조절하겠다는 의도다.

중앙대학교의 경우 지난해 10월 '학문단위 구조개편 추진계획안'을 발표하고 현재 48개 학부, 22개 학과 체제를 44개 학부로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중앙대측은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학부(과) 및 정원 조정의 연계성' 지표를 어느정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학교측에 따르면 구조조정이 진행될 학과는 1월 중순경 발표될 예정이다.

◇ 성적평가·졸업유예제 변경…학생들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나"

대학들의 이러한 조치들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학들의 구조개선 노력이 학생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개선책 위주라는 것이 이유다.

특히 한국외대의 경우 성적평가 방식변경을 학기가 끝난 뒤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이를 소급적용하기로 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범 총학생회장은 "대학이 교육비환원율이나 장학금수혜율 같은 재정적 노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고 당장 손보기 쉬운 성적평가 방식만을 변경하려 한다"며 "구조개혁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학생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졸업유예제도를 손 본 이화여대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화여대 통계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김모씨는 "결국 돈주고 재학생 신분을 사라는 말 아닌가"라며 "이번에 등록금도 오르는데 이런 제도까지 만들어 너무 부담된다"고 말했다.

중앙대에서도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의견이 이어졌다. 한 학생은 게시판 글을 통해 "통폐합 학과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취업율 등이 고려될 텐데 '문사철' 학과가 희생양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교육을 하려면 인문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학교측이 숙고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무리하게 제도 변경을 추진하는 이유는 결국 대학 구조개혁 평가의 압박 때문.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대학설립ㆍ운영 규정'과 같은 기존 법령을 통해서도 대학들의 구조를 건전하게 개혁할 수 있는데 또 다른 평가 기준을 만들어 대학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 부담이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각 대학들도 충분한 유보기한과 학내 의견수렴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을 일방적인 희생양으로 삼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