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언론탓' 돌리는 복지부의 '고려공사삼일'

이지현 기자
2015.02.10 06:30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듯 하다. 자신이 잘못해 놓고 염치없이 상대방을 나무라는 속담이 생겨난 이유가 딱 들어 맞는다.

수년을 공들여 준비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안을 한 순간에 뒤집어 놓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제와서 '언론탓'으로 돌리기 바쁘다.

문 장관은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관련 정부안을 연내 발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언론에는 백지화, 중단으로 보도됐다"며 "정부가 논의를 중단하거나 백지화 한 것은 아니며 잘못된 보도였다"고 항변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불거진 건보료 관련 정책혼선을 추궁하는 의원들에게 그가 던진 첫 해명은 '언론 탓'이다. 하지만 문 장관은 당시 "올해 안에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며 "(현재 만들어진)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 안은 참고자료로 쓸 것"이라고 단언했다. 1년6개월 간 정부와 각계 대표가 모여 만든 개선안이 수포로 돌아간 순간. 이미 만들어진 개선안은 '정책 참고자료'로 쓴다고 밝힌 '사실상 백지화 선언'이었다.

복지부가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꾼 이유를 아는 이는 다 안다. '월급쟁이'들의 연말정산 환급 불만이 폭증하자 긴급하게 이뤄진 발표라는 점을. 여기에 '청와대 외압설', '고소득층 눈치보기'를 지적하는 비판이 이어지자 복지부는 "소득자료 시뮬레이션을 위한 시간이 필요해 복지부 혼자 연기를 결정했다"고 '독박'을 자처하는 모습도 보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또 다시 긴급하게 여당과 협의체를 구성해 연내 만들지 않는다던 건보료 개편안을 빠른 시일 안에 만들기로 하는 등 대표적인 '고려공사삼일'의 선구자가 되고 있다. 고려공사삼일은 고려의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만에 바뀐다는 뜻으로 한국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언론탓'하는 복지부 해명에는 석연찮은 구석도 많다. 1년6개월 간 운영된 기획단에는 복지부 실무 책임자가 포함돼 있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언론 노출 전 조율할 시간은 충분했다. 문 장관의 연기 발언 전에 열린 기자단 설명회에는 복지부 공무원이 10명 이상 참석키도 했다.

정책혼선이 빚어지는 동안 복지부 입장도 수시로 바뀌었다. "기획단은 마무리 짓는 것으로 알고 있다"던 문 장관은 9일 국회에서 "기획단은 해체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가능하다면 (부과체계 개편을) 연중에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그동안 수차례 '연내 재추진 선회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문 장관은 이날 "복지부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부과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시시각각 바뀐 복지부의 입장과 석연찮은 해명을 복지부만 모르는 듯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