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구룡마을 주민회관 철거 완료… 주민갈등은 '여전'

이재윤 기자, 정혜윤 기자
2015.02.16 14:15

주민들 "법원 판단 존중 하지만 철거 아쉬워"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에서 포크레인을 동원한 행정대집행이 실시되고 있다. / 사진제공 = 뉴스1

"능력이 있었으면 진작 나갔을 텐데 그렇지 못했죠. 눈 감기 전에 빨리 개발이나 됐으면 좋겠어요." (구룡마을 주민 박모씨·71)

빗방울이 내리던 16일 오전 7시 서울 강남의 판자촌 밀집지역인 개포동 구룡마을에선 주민자치회관 철거가 한창이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가 일방적으로 철거(행정대집행)를 진행하다 법원의 명령으로 한 시간여 만에 중단 된지 열흘만이다.

차분한 빗소리에 시동을 켠 포크레인 소리만 요란했다. 강남구에서 고용한 용역직원 50여명이 우비를 입은 채로 주민자치회관 내·외부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철거가 시작됐다.

오전 8시 강남구청의 행정대집행 계고장 낭독이 끝났다. 10분 뒤 철거준비를 마친 포크레인 두대가 굉음을 내며 주민자치회관을 부수기 시작했다. 30분도 안돼 주민자치회관 2층이 사라졌고 점차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무너졌다.

이는 지난 1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가 구룡마을 토지주들로 구성된 주식회사 구모가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으로 쓰이는 가설점포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중단해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데 따른 조치다.

강남구는 불법건물인 주민자치회관으로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철거를 속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구 관계자는 "이미 반파된 건물의 철골구조가 불안정해 붕괴될 위험이 크고 대형 화재로 번질 수도 있어 빨리 철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일방적인 철거에 반대하던 주민들은 보이지 않았다. 몇몇 주민들만 멀찌감치 떨어져 주민자치회관이 철거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철거가 끝날 때까지 구룡마을 주민과 강남구의 충돌은 없었다.

앞서 강남구의 일방적인 철거 당시 강력히 반대했던 주민들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구룡마을 주민 100여명은 주민자치회관 내부에 들어가 철거를 반대했었다.

김재완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실장은 "사법부 판결을 인정한다. 강남구의 철거에 대해서 방해하거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며 "다만 마을 주민들이 모이는 장소였던 주민자치회관이 없어진 것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구룡마을 개발이 신속히 진행되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이들은 구룡마을 개발의 첫 단추가 끼워진 만큼 세부사업계획을 조속히 추진해 줄 것을 서울시와 SH공사, 강남구 등에 요구했다.

30년간 구룡마을에서 살고 있다고 밝힌 한 주민은 "화재도 위험도 있고 오늘처럼 비가 오면 움직이기도 힘들다"며 "동네가 빨리 정리돼야 하는데 여러 이유 때문에 늦어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서둘러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룡마을 개발을 둘러싼 주민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어보였다. 주민자치회와 마을자치회로 나뉘어 있는 구룡마을 주민들은 개발을 둘러싸고 늦어진데 대해 서로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영만 구룡 마을자치회 회장은 "철거가 더 빨랐어야 했는데 일부 주민들 때문에 철거가 늦어졌다"고 비난했다. 이에 또 다른 주민은 마을자치회 주민들 때문에 철거가 늦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거 작업이 시작 된지 4시간 뒤인 12시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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