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 잘 된대서 해봤는데 너무 힘들어요." 가천대 인문계열에 재학중인 이진모(가명)씨는 지난해부터 공학계열을 복수전공 중이다. 이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수업 시간 빼고는 도서관 열람실에서 산다"며 "취업 때문에 공학을 복수전공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릴 줄은 몰랐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인구론'(인문계 90%는 논다) 등의 말이 회자될 만큼 문과계열 출신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공과계열 학과를 복수전공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대 복수전공이 영어 성적, 자격증 등과 같은 또 하나의 '스펙'이 되면서 취업준비생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8일 주요 대학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공대에서는 문과계열 학생 25명이 공대에서 복수전공을 택했다. 2011년에는 제도가 있었음에도 단 한명도 없었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추세다. 성균관대는 문과 출신 공대 복수전공자가 2012년 5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7명으로 급증했다.
이화여대 역시 2009년에는 한 명도 없었지만 지난해 4명으로 늘어났다. 한양대도 올해 11명이 공대 복수전공을 신청해 수업을 듣고 있다.
공대 복수 전공자들이 늘고 있지만 문과생들의 어려움은 만만찮다. 공대 공부가 문과계열 공부와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고 공부량도 많기 때문이다.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한 연세대 문과대학 4학년 유모씨(25)는 "내용이 어렵고 공부량이 상상 이상으로 많아 고3때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컴퓨터구조론은 문과에서 가장 어렵다는 상경대학의 재무 회계보다 체감 공부량이 다섯배는 많았다"고 말했다.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다. 고려대 사학과 2학년인 안모씨(23)는 최근 산업경영공학과 복수전공을 포기했다.
안씨는 "이과생들도 점수를 잘 못 받는 미적분 과목을 듣고, 자연과학 과목을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는 것은 학점 밑바닥을 깔라는 얘기"라며 "무역, 물류 쪽에 취업해볼까 생각해 해당 전공을 이중전공하려고 마음먹었다 포기했다"고 말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공대 복수전공을 해도 취업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유씨는 "인턴이나 공채를 지원했는데 서류통과율이 학점이 높은 학우들에 비해 조금 더 높았던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공대 복수전공을 입사 지원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산업공학을 복수전공한 인하대 중문과 졸업자 조모씨(26)는 "모 대기업에 입사 지원을 했는데 복수전공을 인정받지 못했다"며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공대 복수전공까지 했는데 쓸모가 없어 상심이 컸다"고 말했다.
김대선 인크루트 팀장은 "확실한 목표나 관심이 있어 공대 복수전공을 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공대 복수전공을 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며 "취업이 안 되니까 조급한 마음에 이것 저것 건드려 보려는 취업준비생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