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서거]분향소 찾은 시민들 "하늘도 슬픈 듯 비 내리며…"

이재윤 기자, 이원광 기자, 김민중 기자
2015.11.23 16:12

(종합)서울광장 등 지역별 분향소마다 시민들 애도 행렬…상도동 주민도 '무거운 표정'

서울시청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시청직원들과 시민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 사진 = 김민중 기자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하루 뒤인 23일, 서울시청 광장을 비롯해 각 자치구청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고인을 떠나보낸 아쉬움이 가득 메웠다. 김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은 분향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오후 1시4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가로 22m, 세로 10m, 너비 10m 크기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차려졌다. 전면 중앙에는 김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이 놓였고 2만4000여송이의 꽃이 장식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시청 직원과 시민 등 300명가량의 분향행렬은 100m 정도가량 늘어섰다. 박 시장은 전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조문에 이어 이날도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시민들은 저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해 품고 있는 추억을 회상했다. 손모씨(61)는 날씨를 빗대 "하늘도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슬퍼하는 것 같다"며 "위에 가서도 높은 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애도를 표했다.

회사원 한모씨(60)씨는 "김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은행 지점장을 했었다"며 "금융실명제 같은 선진 금융시스템을 우리도 가질 수 있구나 하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루스씨(41·캐나다)는 "김 전 대통령 정권 때 한국에 처음 와서 각별한 마음이 든다"며 "20년간 한국을 지켜봐 왔는데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빠른 발전을 해 놀랍다"고 덧붙였다.

당초 시청 분향소는 정오에 설치 될 예정이었지만 전날 비가 내린 탓에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시민 누구나 26일까지 24시간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자율적으로 분향이 가능하다. 분향소는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때와 비슷한 규모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 때보다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분향이 진행되고 있다"며 "큰 비극 없이 서거하신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사저 전경. / 사진=이원광 기자

김 전 대통령의 사저 인근 주민들도 무거운 표정을 내비치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주민들은 '상도동 어른'이었던 김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

10년간 상도동에 살았다는 고씨는(63)는 "종종 새벽 산책길에 김 전 대통령을 만나곤 했다. 악수하고, 등을 두드려주던 손이 참 따뜻했다"며 "싫은 기색 한번 없이 웃음으로 대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주민들은 인자하면서도, 나라를 위해 애쓰려는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을 현 정치인들도 본받았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모씨(85·여)는 "나라를 위해 평생 고생하신 분"이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다른 정치인들도) 개인 욕심을 내려놓고 오직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구청 내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분향소에 시민들이 분향을 하고있다. / 사진 = 이재윤 기자

김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동작구를 비롯해 강남·서초 등 각 자치구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생전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분향을 마치고 나오는 주민들은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에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랜 기간 지지자였다는 심모씨(64)는 "김 전 대통령이야말로 과거 진짜 야당인"었다며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와 마찬가지로 슬프다"고 말했다.

동작구 분향소에는 다문화 가정의 조문도 이어졌다. 4·6세 자녀와 분향소를 찾은 베트남 출신인 웬티하씨(36·여)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역사를 이해고자 조문했다"며 “한국에서 성장할 자녀들의 역사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주민 예모씨(66)는 "정치인 중에 가장 존경했던 분이라 분향했다. 앞으로 김 전 대통령과 같은 인물이 또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멀리서 지켜봤지만, 인간적으로 참 공감이 많이 가는 가치관을 가진 분이었었다"고 말했다.

서초구청에서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한 조문객(50대)도 "늘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던 정치인이었다"며 "수십년 동안 지켜보면서 정서적으로 많이 의지했는데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는 23일 오전 9시부터 김 전 대통령 분향소를 마련하고 조문객을 받고 있다. 23일 오후 2시30분 기준 조문객은 96명이다. 지난 22일 오후 8시부터 서울 서초구청 1층 로비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120여명 넘는 조문객들이 찾았다.

지난 22일 패혈증·급성심부전증으로 숨을 거둔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가장으로 5일 동안 거행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장례식장에는 이날 4000명이 넘는 조문객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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