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水思源(음수사원).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를 깊이 애도하면서."
이회창(80) 전 한나라당 총재는 23일 고 김염상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방명록에 이같은 내용을 적었다고 밝혔다.
'음수사원'이란 물을 마실 때 수원(水源)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굴정지인'(掘井之人)과 함께 쓰여 "목이 말라 물을 마시면서 갈증을 해소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근본인 우물을 누가 팠는지 그 분에 대한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음수사원 굴정지인'은 남북조시대 때 유신이라는 문인이 쓴 글을 모아놓은 '유자산집'의 징주곡에 나오는 글이다. 백범 김구의 '백범일지'에도 언급되는 말이다.
유신은 양나라 때 서위에 사신으로 갔는데 사신으로 나라를 떠난 사이 고국이 서위에 멸망을 당했다. 서위의 군주가 당시 명망이 높았던 유신에게 벼슬을 주는 등 잘 대해줬으나 유신은 늘 고향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징주곡에는 고향생각을 한 유신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음수사원 굴정지인'은 유신이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지은 글로 보인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바람직한 삶을 살 수 있어서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음수사원'을 적은 이유에 대해 "요즘 우리 민주주의가 공기처럼 생활화돼서 민주주의로 오기까지 어려웠던 많은 족적을 잊기 쉽다"며 "민주주의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기여하신 공을 잊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총재는 김 전 대통령이 발탁해 정계에 입문한 뒤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냈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는 신한국당 선거대책위 의장을 맡으며 여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거듭났다.
그러나 이후 이 전 총재는 '3김(金) 정치 청산'을 내걸고 대권에 도전, 결국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탈당했고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는 "여러가지 곡절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