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단에 서 볼 생각 없니? 그런데 돈이 좀 필요해. 4년제는 3억, 2년제는 1억5000만원 정도면 되는데…."
2006년 12월, 대학 교수를 꿈꾸던 대학원생 전모씨에게 현직 교수 손모씨(55)의 제안은 달콤했다. 손씨는 "내가 수도권에 있는 A전문대 재단 사람들을 잘 안다"며 "적당한 돈을 기부하면 교수로 채용시켜 줄 수 있다"고 약속했다. 전씨는 스승을 믿고 그 자리에서 1000만원을 송금했다.
이후 약 일주일 만에 만난 손씨는 또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엔 "일단 교수에 임용되려면 연구실적과 경력을 쌓아야 한다"며 "5000만원만 주면 서울 4년제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학장에게 로비해주겠다"고 보챘다. 전씨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1000만원을 보냈다.
손씨는 계속 돈을 요구했고 전씨는 2009년 5월까지 총 1억7000만여원을 건넸다. 하지만 교수직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처음부터 재단 사람들을 알지도 못하면서 꾸민 손씨의 사기극이었기 때문이다.
손씨의 거짓말은 계속됐다. 같은 해 12월 손씨는 "모교에 교수 한 분이 돌아가셔서 자리가 생겼다. 이왕이면 가까운 데서 일하는 게 좋지 않냐"며 로비자금 명목으로 800만원을 받아챙겼다. 2010년에는 "수도권에 있는 B전문대에서 교수 의뢰를 받았으니 이번엔 여기로 알아보자"고 꼬드겨 2년 동안 450만원을 뜯어냈다.
손씨는 2001년 대학생이던 다른 제자 정모씨도 속여넘겼다. 진로상담을 하던 중 정씨가 "대학 교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꺼내자 "인천에 있는 C전문대 학장과 친하다. 재단 관계자들도 잘 안다"며 1억원을 요구했다. 손씨는 이같은 수법으로 2008년 7월까지 약 7년간 정씨에게서 6억2000만원을 뜯어냈다.
정씨가 5년이 지난 2013년 1월부터 돈을 돌려달라고 했음에도 손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려 "재단 '넘버 투'를 만날 예정이고 안 되면 '넘버 원'을 만나야 한다", "재단과 상의해보겠다. 현금을 움직이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는 거짓말로 일관했다. 심지어 "다른 교수 임용 희망자에게 로비 자금을 받아 돌려주는 게 깨끗하다"며 '돌려막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손씨는 법정에서도 뻔뻔했다. 경력을 쌓는데 도움을 주는 조건으로 '케어비'를 받았을 뿐이라는 것. 손씨는 "케어비로 1억2000만원을 받은 것은 맞지만 로비자금으로 6억2000만원을 받은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제자들에게 받은 돈을 탕진한 점에 대해서도 "제자들이 돈을 자유롭게 써도 좋다고 했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제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전씨는 "손씨가 학교 측에 로비해 유리한 채용 공고를 띄워주기로 했다"며 "나의 스승이고 대학 교수이기 때문에 믿었다"고 진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조의연)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손씨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정씨에게 6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손씨는 오랜 기간 범행을 계속했고 피해 금액이 상당한데도 시종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아 상당 기간의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손씨가 최근 응급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점과 피해 변제의 기회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