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깔려면 공장 옮길 땅 달라"…법원 "시행자에 직접 신청해야"

"도로 깔려면 공장 옮길 땅 달라"…법원 "시행자에 직접 신청해야"

이혜수 기자
2026.05.04 07:00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이혜수 기자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이혜수 기자

도로 개설 공사로 인해 사업 부지에 운영 중이던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 경우, 이주대책 수립 등의 요청은 사업 시행자에게 직접 해야 한단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같은 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목재 가공 공장 운영자 A씨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와 고양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수용재결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지난 3월6일 판결했다. 법원은 고양시장에 대한 소는 각하하고 중토위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이 사건은 고양시가 추진하는 도로개설공사 사업 부지에 A씨가 십수 년 전부터 운영해온 목재를 가공하는 B 공장이 포함되면서 불거졌다. 경기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는 2024년 2월 B 공장 지장물에 대해 이전 재결을 했다. 이전 재결은 도로 건설 등 공익사업 시행 과정에서 수용 대상이 되는 지장물(건축물, 수목 등)에 대해 소유권을 강제로 박탈하는 대신 이전하도록 명령하고 그 비용을 결정하는 행정적 결정을 말한다.

A씨는 이같은 결정에 불복했다. A씨는 "단순한 금전 보상이 아닌, 공장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대체 부지를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이의신청서를 중토위에 제출했다. 그러나 중토위는 이의신청에 대해 이주 대책 수립 여부를 심리하지 않고 보상금 액수만 변경하는 이의재결을 했다.

이에 A씨는 고양시장이 이주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며 이의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A씨는 고양시장에 대해서 "다른 공공주택 개발 사업과 달리 B 공장에 대한 이주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 건 헌법상 평등 원칙·재산권의 정당한 보상에 위반된다"며 "이주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부작위'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중토위에 대해선 "금전 보상이 아닌 대체 부지로 보상받길 희망한단 취지로 이의신청했다"며 "중토위는 △고양시장에게 공장 이주대책 수립 의무가 존재하는지 △금전 보상이라는 방법이 적정하고 타당한지 여부를 조사·심리하지 않고 이의재결을 한 건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고양시장에 대해 제기된 소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업 시행자인 고양시장이 아닌, 중토위에 공장 이주 대책 수립을 요청했단 사실만으로 원고시장이 A씨 요청에 대한 응답 의무를 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주 대책 수립 요청을 하려면 고양시장에게 직접 해야 했다는 취지다.

이어 "(A씨가 주장하는) 부작위란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해 상당 기간 내에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며 "부작위가 있으려면 당사자인 A씨의 신청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고양시장에게 공장 이주 대책 수립 처분을 구하는 신청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에 따라 고양시장의 부작위는 존재하지 않아 A씨의 고양시장에 대한 소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토위에 대해선 소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중토위가 한 이의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A씨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중토위가 사업시행자(고양시장)의 공장 이주 대책 수립 의무 위반 또는 금전 보상 자체의 적정성·타당성 여부를 재결하는 건 중토위가 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A씨가 이의를 신청했다고 해서 중토위가 재결사항이 아닌 사항에 대해 조사·심리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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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수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이혜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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