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주의 PPL] '홍만표 100억 수입'…왜 몰랐을까

유동주 기자
2016.07.22 16:45

[the L] 전관 변호사 수입액 '지방변호사회'·'국세청'만 알아…법무부·법조윤리협의회·국회 법사위도 알 수 없게 돼 있어

[편집자주] 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관예우 등 법조비리 근절 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변호사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2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홍 변호사는 상습도박 혐의를 무마해주고 지하철 매장 입점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2016.6.2/사진=뉴스1

홍만표 변호사가 정운호 게이트로 수사를 받기 전까지 그의 수입에 대한 소문이 꽤 돌았다. "한 해에 100억원 이상 번다더라"라는 등 확인불가능한 얘기들이 서초동 법조타운서 들렸다.

그 소문은 지난해 국회 법사위 국감장에서 모 야당 법사위원 입을 통해 거론되기도 했다. "홍 변호사가 사건 하나에 수억원씩 받고 연 수입이 120억원이라는 제보가 있다"는 의혹제기였다. 그 발언이 '의혹제기'에 불과한 이유는 법사위원이라도 전관 변호사 수입을 정확히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법무부 등을 소관기관으로 하는 국회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이라면 전관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서라도 전관 변호사 수입액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상식이라고 일반 국민들은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관련 법과 규정이 그렇게 돼 있지 않다.

◇과세당국와 지방변호사회만 아는 '전관 변호사 수입'

법사위원도 전관 변호사나 전관을 고용한 로펌의 수입을 알 수 없다. 현재 변호사·로펌의 수입액 자료를 공식적으로 갖고 있는 곳은 과세당국(국세청 및 해당 세무서)과 지방변호사회다. 다시 말해 '과세목적'외에 전관 비리 방지 목적으로 '수임액'을 들여다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법조비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최소한 국회 법사위와 전관비리 방지 목적으로 참여정부에서 설치된 법조윤리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전관 변호사와 전관 고용 로펌의 수입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주최한 전관비리 근절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는 다른 관련 토론회에선 보기 힘들었던 법조윤리협의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문철기 협의회 사무총장은 "열명도 안 되는 상근 인력과 3억7000만원에 불과한 연간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돼 있다"며 협의회가 전관 방지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이어 "수사권도 없고 전관들의 수임액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법조비리 단서를 잡기도 쉽지 않다"며 고충을 털어 놓았다.

◇'수임액' 국회 제출의무 도입하는 개정안 19대 발의됐었지만

이 발언을 듣고 기자는 2013년 4월 23일 열렸던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이하 소위)가 떠 올랐다. 당시 소위에서 논의됐던 안건 중 하나가 바로 '수임액'을 포함한 수임자료를 법무부나 법조윤리협의회가 제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들이었기 때문이다.

안건 중 정갑윤 의원 발의안은 지방변호사회에 제출된 변호사 수임사건 건수와 '수임액'을 법무부장관과 변협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었고, 박영선 의원안은 '수임액'을 포함한 전관 수임자료를 국회 요구시에 지방변호사회나 윤리협의회가 제출토록 하는 것이었다. 이춘석 의원도 협의회 운영상황을 매년 국회에 보고토록 하고 국회 자료요구에 응할 것을 규정한 개정안을 내 놓았다.

협의회가 제 기능을 하도록 개선하자는 이런 개정안들은 과연 어떻게 논의됐을까. 상식적으로 보면 쉽게 소위를 비롯해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게 맞지만 그렇게 되진 않았다. 소위 '업계' 의견이 반영되면 국회 논의가 국민 전체 이익과는 반대로 '업계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시 국회 회의록을 재검토해 보니 전관 변호사 '수임액' 관련 안건 논의가 딱 그런 상황이 연출됐다.

◇'감독관리'강화보다 변호사 영업비밀, 변호사단체 자율성에 집착하는 법무부·법원

먼저 정갑윤 의원안에 대해 소위에 출석한 당시 국민수 법무부차관은 "변호사 수임실적은 사생활 부분"이라며 "과세기관이 아닌 변협이나 법무부에 보고하는 것은 변호사 사생활 자유나 직업 수행의 자유 및 영업 비밀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기관대표로 법사위 소위에 참석한 차관이 '전관 변호사의 수임액은 사생활'이라고 말한 것이다. 법사위원이 법무부가 전관을 감독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관 수임액 자료'정보를 지방변호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반대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행정부처는 자기 권한 강화를 위해 수집가능한 '정보'를 가능한 더 받으려 애쓴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반응이다. 변호사단체인 변협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법무부차관이 한 것이나 다름없다.

권순일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도 차관과 같은 의견이었다. "전문 직업인인 변호사와 변호사단체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한다"며 "수임내역을 수사기관(검찰)의 감독 관서인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은 변호사단체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변협에서 나온 박상훈 법제이사도 법무부·대법원 의견과 마찬가지였다. 소위 법조3륜의 의견일치가 이뤄진 것이다. 이어진 이춘석·박영선안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법조3륜을 대표한 그들은 하나같이 '변호사업계 자율성'을 강조했다. 입을 모아 국회 법사위에 전관 변호사 관련 자료를 법조윤리협의회가 제출하는 것에 반대했다.

◇전관비리방지에 소극적인 법조3륜…'법조인'이란 이름으로 '대동단결'

그날의 소위 풍경은 왜 이제까지 전관 비리가 고쳐지지 않았는지 잘 설명해준다. 일종의 법조계 '전통'처럼 '전관예우'가 지금까지 유지된 배경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다시 말해 법조 3륜은 그들의 현 소속과 상관없이 '법조인'이라는 '특권계급'의식이 있었다는 점이다. 법원·법무부에 속한 고위 판검사들조차 중앙 행정부처(법무부)와 국회 법사위가 변호사들의 수임액을 아는 것을 꺼려했다는 것이다.

소위에 참석한 판·검사 신분인 그들도 결국 몇년 뒤엔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가 된다. 퇴직 뒤 자신들이 받게 될 고액의 수임료를 법무부나 국회가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그 법안에 찬성할 수 있을까.

그런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이제까지 국회 법사위에서 전관비리 관련 법안은 제대로 통과되지 않고 있다. 홍만표 변호사의 수임액조차 정운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국회 법사위원들이 알 수 없는 형편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공직후보자인 전관 수임액 자료, 인사청문회시 제출되는 걸로 착각했던 법사위원들

당시 소위에 참석한 법사위원들도 잘못은 있다. 그들은 전관 변호사 출신이 인사청문회 대상자일때 '수임액'자료를 국회가 받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참 동안이나 검사출신이면서 국내 최대 로펌 근무경력이 있는 여당 법사위원은 "수임료 전체자료를 받아 볼 수 있는데 개별 사건 수임료를 자세히 알면 변호사 영업비밀상 문제가 된다"고 변호사들을 걱정하고 나섰다.

한참 논의를 하다가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공직후보자가 변호사 출신인 인사청문회용 수임내역 제출에 '수임료'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뒤에야 법사위원들은 '수임료' 자체를 국회가 어떤 방법으로든 받아 볼 수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위에 참석한 법사위원 대부분이 법조인 출신이지만 몰랐던 것이다.

이후에도 야당인 이춘석·최원식·서기호 의원 등이 계속 전관 자료를 더 풍부하게 구체적으로 국회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변호사들의 사생활·영업비밀의 자유를 존중하자는 일부 여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법조인들 '특권' 누린만큼 '의무' 다해야

전관 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사들의 수임자료 내역을 국회가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일부 법조인들은 "왜 유독 변호사들에게만 그런 의무를 부과해야 하느냐"고 반박할 수 있다. 회계사·세무사·의사 등 다른 전문직업인들에 대해선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엔 간단한 반론이 있다. 유독 '변호사'를 포함한 법조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존중과 특권 부여가 그 이유다. 우리는 수십년간 법조인을 다른 어떤 직업보다 상위에 있는 것으로 부지불식간에 인식했다.

어렵다는 사법시험을 통과한 이들에 대한 대우는 특별했고 거기에 토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직역단체 중 '징계권'을 스스로 행사하는 곳은 변협이 유일하다. 의사협회 등 다른 직역단체들도 수시로 변협 징계권을 예로 들며 자기들에게도 징계권을 달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행정부는 들은 척도 안 한다.

그만큼 법조인들에겐 다른 직역과 달리 특권이 부여됐고 특혜를 받아왔다. 그렇다면 이제 권한을 누린만큼 '의무'도 다 해야 할 때다.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액'자료 국회 제출은 제2의 홍만표·최유정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고액의 수임료를 계속 받고 전관 프리미엄으로 최대한 돈을 벌겠다는 일부 전관들의 삐뚤어진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간단한 해결책이다.

유동주 기자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더엘(the L) 웹페이지바로가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