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들이 또래 청소년을 잔혹하게 폭행한 사건이 전국적으로 발생하면서 관련 법령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꿇고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경우 가해자들 가운데 1명이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여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만 18세 미만에 대해 처벌을 완화하는 내용의 소년법을 폐지 또는 개정하자는 요구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단순한 처벌 강화가 소년 범죄 억제에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소년법 폐지' 청원에 참여한 국민은 이날 23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발생한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과 부산·강릉 여중생 폭행 사건이 청원운동의 계기가 됐다.
◇무서운 10대들…어리면 봐준다?
현행 소년법 제59조에 따르면 죄를 범할 당시 만 18세 미만인 소년의 경우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할 범죄라도 15년의 유기징역까지만 처하게 돼 있다. 살인 등 특정 강력범죄의 경우라도 징역 20년형까지만 가능하다. 만 18세 미만이면 아무리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20년만 감옥에서 지내면 출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현행 형법 9조는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형사미성년자로 분류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이 제정·시행된 1953년부터 유지돼온 조항이다. 만 10세부터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보호처분만 받는다. 만 9세 이하는 형사처벌은 물론 보호처분도 받지 않는다.
소년법 폐지 청원운동에 참여한 국민들의 요구는 범죄 청소년들에 대한 처벌 완화의 기준이 되는 연령을 낮춰 사실상 형량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청소년 범죄가 날로 흉폭해지는데 아무리 큰 죄를 저질러도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2012~2016년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4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10대는 1만5849명으로 연평균 317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처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의 비중은 2012년 12%에서 지난해 15%로 뛰었다.
◇정치권도 "법 개정"
정치권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동시에 보호처분 대상이 되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현행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만 10세 이상,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안도 함께 내놨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형법·소년법 개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소년 범죄의 잔인한 경향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며 "국민 법 감정에 맞도록 관련법 개정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6월 "현행 19세 미만인 소년의 개념을 18세 미만으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무장관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6일 열린 간담회에서 "소년법 폐지 청원이 있다고 해서 소년법을 폐지할 수는 없다"면서도 "최고 징역을 15년 또는 20년으로 한정하는 연령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선 논의해봐야 한다"며 법 개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청소년 처벌 강화 효과, 글쎄…"
그러나 청소년 범죄에 대한 대책을 처벌 강화 중심으로만 접근하는 데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청소년의 경우 형벌의 '위하력', 즉 범죄억제효과가 거의 없다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성인은 죄를 지으면 엄벌받는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엄히 처벌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미성숙한 청소년의 경우 처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범죄 억제력이 없다"며 "예방 효과보다 낙인효과로 인한 불이익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형법 제9조 형사미성년자 규정에 대한 위헌소원사건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년의 경우 사물의 변별능력과 그 변별에 따른 행동통제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없다"며 "형법 제9조는 형사정책적으로 어린 아이들은 교육적 조치에 의한 개선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형벌 이외의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고려에 입각한 것"이라며 합헌결정했다.
유엔 아동인권위원회는 지난 2007년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 이하로 낮추거나 지나치게 낮은 연령으로 설정하지 않을 것을 각국에 권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변호사는 "공분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재발방지"라며 "재발방지 노력을 하지 않고 그때마다 민원처리하듯 법 개정하는 것은 손 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피해자들을 진정 걱정한다면 범죄 예방법부터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