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화재진압 중 소방관 2명이 순직하면서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소방관들의 숙원인 '소방전문병원 설립'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부지 확보가 우선인데 후보지 선정이 쉽지 않아 '1차 로드맵' 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청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소방전문병원 설립 계획과 방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지가 확보돼야 1차 세부계획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기재부에 예산을 요청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지 확보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방청이 현재 소방전문병원 설립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는 곳은 대전·충남지역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부지 매입비용이 비싼데다, 특수병원인 경찰병원이 있다는 점에서 제외됐다. 세종시도 당초 검토 대상에 포함됐지만 최근 땅값이 크게 오르면서 사실상 포기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땅값도 고려해야 하고 전국에서 환자가 올 경우를 생각해 접근성도 용이해야 한다. 또 의료진 확보도 가능해야 하고 해당 지자체도 병원 설립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면서 "그야말로 여러가지를 고려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소방공무원 전문병원은 전국에 단 한 곳도 없다. 소방관들은 경찰병원이나 일반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예산이 부족해 지자체별로 전문치료센터를 지정(시·도 위임)하는 형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소방병원 설립 논의는 국립병원의 경영효율성 문제, 지방소방공무원에 대한 중앙정부의 진료비 지원 곤란 등 여러가지 이유로 부침이 심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17 국정감사 정책자료'에 따르면 소방전문병원 건립 논의는 2002년부터 있었다. 2012년에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라는 민간단체가 국제규모 화상전문병원 설립을 희망해 사회공헌기금 330억원을 조성해 기부의사를 피력했으나, 부처 간 이견만 계속되면서 2015년 말 기부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2014년 당시 국민안전처 기초조사에 따르면 소방전문병원은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화상전문응급의료센터, 근골격계질환센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센터, 건강증진센터를 갖추도록 했다. 2015년부터 소방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한다는 전제로 총 사업비가 960억원으로 추산된 바 있다.
국회에서는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공무원의 전문적 건강관리를 위한 소방병원 설치 및 운영의 법적 근거를 담은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생활안전분야 공약으로 병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그나마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관들은 특수건강검진도 1년에 한번씩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PTSD로 시달리는 소방관도 늘고 있는 만큼 단순히 치료에만 목적을 둔 병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종합적인 복합치유센터 형태로 접근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홍철호 바른정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살한 소방관은 총 47명이다. 지난해 정신과 병원 진료 및 상담 건수는 5087건으로 2012년(484건) 대비 4년새 10.5배가 늘었다. 이번에 순직한 두 대원을 포함,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화재진압이나 구조활동을 하다가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도 51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