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어떨까. 내부고발이 자유로운 건강한 조직일까. 최일선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할 경찰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미투'(me too·'나도 성폭력을 당했다'는 뜻) 폭로가 사회 전 분야로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조사를 진행할 경찰들은 내부 성 관련 사안을 쉬쉬해온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관의 성폭력 신고를 접수·처리하는 신고 센터는 상당 부분 사안을 상담만으로 종결했다. 여경 등을 대상으로 매년 두 번 진행하는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도 신고 건수가 거의 없다.
7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성희롱상담신고센터 현황에 따르면 2013년 이후부터 올 1월까지 5년간 센터에 접수된 성폭력 사안은 총 69건(가해자 70명)이다.
성희롱상담신고센터는 2013년 6월 감사관실 산하에 개설돼 성희롱, 성추행 등 각종 성폭력 사안을 다룬다. 센터에는 4명의 경찰이 배치돼 있으며 조사 인력은 2명이다.
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2013년 7건 △2014년 16건 △2015년 19건 △2016년 10건 △2017년 15건 △2018년(1월31일 기준) 2건이다. 이 중 직무고발로까지 연결돼 수사가 진행된 경우는 단 2건(2017년)에 불과했다.
상당수 신고는 상담에 그쳤다. 가해자 70명 중 44명에 대한 신고는 징계나 인사 조치로 가지 않고 피해자 상담으로 종결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가 상담 도중 후속 절차를 진행하길 원치 않고 중단하면 '상담 종결' 건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 피해자들이 2차 피해 등을 우려해 적극적 내부고발을 망설인다는 말이다.
가해자 70명 중 파면된 경찰은 1명밖에 없었다. 이밖에 중징계를 받은 경찰은 △해임 1명 △정직 7명 △강등 1명 등으로 모두 10명에 불과하다. 경징계를 받은 경찰은 △감봉 1명 △견책 1명 등 2명이었다.
신고 건수가 적고 징계나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경찰청 관계자는 "성 피해 신고는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경찰서 감찰(청문) 또는 경무 부서로도 접수가 가능하므로 건수가 분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반년마다 실시하는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 역시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경찰청이 이재정 의원실에 제출한 성폭력 피해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2016년 2년간 신고된 성폭력 피해 사안은 단 1건에 그쳤다.
경찰은 2015년 이후부터 매년 2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여직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를 시행해왔다. 2015년에는 상반기 1만3061명, 하반기 1만4261명이 조사에 참여했으며 2016년에는 상반기 1만5473명, 하반기 1만6372명이 조사에 응했다. 하지만 2016년 상반기에만 단 1건 신고됐다. 비율로는 0.00006%다.
지난해에는 설문대상을 확장하고 설문 방식을 대면 조사에서 지면 조사로 바꾸면서 신고 건수가 그나마 늘었다. 전체 여직원과 2년 미만 경력의 남자 직원 등 2만8572명이 참여한 2017년 상반기 설문조사에서는 4건(0.0001%)의 신고가 접수됐다. 하반기에는 남녀 전 직원 12만5916명이 조사에 응해 5건(0.00004%)의 신고가 들어왔다.
서울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여경은 "설문조사의 익명성을 믿을 수 없는 데다가 조사가 시작되면 나만 손해볼 것 같다는 불신이 있어서 웬만하면 성폭력 피해경험이 없다고 답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정 의원은 "법을 집행하고 수호해야 할 경찰이 조직 내 성 비위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일관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며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타파하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체계적이고 공정한 처리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