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車 '경영위기 불인정' 두고 법조계 '활활'

백인성 (변호사) , 안채원 , 박윤정(변호사) 기자
2019.02.22 16:53

[the L] "경영위기 빌미 정당한 권리행사 제한 안 돼" Vs "정부·법원 신뢰한 기업에 책임전가 부당"

법원이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법조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특히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 쟁점이었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항변이 인정되지 않은 것을 두고 '당연한 판결' '현실을 모르는 판결'이라는 말이 동시에 나왔다.

22일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윤승은)는 기아자동차 근로자 가모씨 등 2만74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기아자동차가 근로자들에게 미지급수당 3125억원(원금 기준)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이날 판단의 핵심은 신의칙 인정 여부였다. 그 동안 기아차 노사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한 나머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했다. 기아차는 그동안 상여금을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한 채 연장근로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을 산정해왔고, 소속 근로자들이나 노동조합 역시 그동안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2011년 상여금과 중식대, 일비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고 기아차에 증가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해 산정한 미지급수당을 청구했고, 기아차는 근로자들의 청구가 너무하다며 신의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은 사측이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돼 재정 및 경영상태의 악화를 겪을 수는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제1심 판결을 기초로 피고 회사가 추산한 미지급 법정수당의 규모에 따르더라도 피고 회사의 당기순이익, 매출액,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부채비율, 유동비율), 보유하는 현금과 금융상품의 정도,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들의 청구로 피고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신의칙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을 두고 법조계 반응은 반으로 엇갈렸다. 변호사 상당수는 '당연한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강행규정으로 보장된 근로자 임금청구권을 민법상의 일반 원칙인 신의칙으로 제약하는 건 근로자 권리에 대한 헌법과 근로기준법의 기본 정신을 거스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병욱 법무법인 송경 변호사는 "대법 전합에서 신의칙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법리에 따르면 신의칙이 적용될 수 없어 당연한 판결"이라며 "신의칙이라는 것은 막연하고 추상적이라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판결이 나올 수 있어 신의칙을 함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종화 법률사무소 율터 변호사는 "통상임금의 지급을 제한할 수 있는 신의칙상 '경영상 위기'는 재무제표상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로 한해 노사 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양측이 인정하는 경우로 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이 예측할 수 없는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을 두고 이번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기업의 신뢰 보호보다는 근로자의 권익 보호에 더욱 중점을 둔 판결"이라며 "그러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고 오랜 기간 기업들에게 신뢰를 준 것은 정부와 법원이다. 통상임금에 관하여 소급입법과 거의 마찬가지인 대법원 판결을 통해 국민의 이익을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며, 신의칙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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