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전혀 없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24일 찾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일대는 크리스마스 전야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길에서 마주친 주민들의 표정에는 피로감이 묻어났다. 집회·시위에 대한 생각을 묻자 '진저리난다'는 식의 날카로운 반응이 돌아왔다.
경북궁 서쪽이어서 서촌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젠트리피케이션(낙후 도심 활성화에 따른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원주민 이탈)의 영향도 있지만 장기화된 도로점거 시위로 인해 폐점이 늘어나면서 임대매물이 쏟아지는데도 들어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올해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연일 이어지는 집회·시위에 참다못한 인근 맹학교 학부모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22년 경력의 공인중개사 정모씨는 "부처 세종시 이전으로 상권이 죽고 유동인구가 빠져나갔는데 집회도 잦다 보니 전반적으로 침체가 됐다"며 "내놓는 매물은 느는데 한 달에 1~2건 거래가 없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2012년 국무조정실을 시작으로 올해 2월 행정안전부까지 3000명에 달하는 공무원이 서울을 빠져나갔다. 인근 정부서울청사에 근무하던 인원이 줄어들면서 상권 위축이 시작됐다는 것. 여기에 집회·시위까지 이어지니 견뎌낼 재간이 없다는 얘기다.
16년 경력의 공인중개사 서모씨도 "시끄러운 시위가 계속되면서 집값도 많이 빠지고 이사한다는 사람도 나온다"며 "매물은 있는데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좀처럼 없다"고 말했다.
실제 청운·효자동은 1년 365일 집회·시위가 끊이질 않는다. 청와대 진입로에 매일 0시부터 23시59분까지 신고를 내는 식이다. 2016년말 촛불 집회 당시 청와대 인근 100m까지 집회가 허용된 이후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모든 목소리들이 청와대를 향했다. 광화문에서 집회를 하면 반드시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식이다.
민주노총도 태극기부대도 종점은 청와대 앞이다. 지난 10월부터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밤샘시위를 하면서 이 일대에서 집회가 열리지 않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효자로의 절반은 아예 이들이 차지하고, 일부 샛길은 이들의 생필품 적재를 위해 차량 통행이 안되도록 막았다.
주제와 상관없이 '시위=청와대 앞'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귀를 찢을 듯한 스피커 소리와 고성방가, 무분별한 흡연, 도로 무단점거 등 일부 무질서한 시위대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원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종로서 관계자는 "청운효자동은 청와대와 가까워 원래 집회시위가 많은 곳"이라며 "올해 해당 지역에서 집회가 열리지 않은 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민원에 경찰은 내년 1월4일부터 청와대 인근 집회·시위를 제한한다고 밝혔지만, 그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는 범투본의 차도 적재물에 대한 강제철거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전달했다. 경찰은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경력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사랑채 옆 효자로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범투본은 경찰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며 여전히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인근 뿐만 아니다. 교통의 요충지인 광화문역 일대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대형 스피커의 소음으로 인해 인근 직장인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형스피커 사용을 제한하고, 항시 도로를 점거하고 진행하는 집회에 대해서는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청운효자동의 침체를 집회·시위의 영향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40대 공인중개사 홍모씨는 "집회 영향이 완전히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부동산 정책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며 "커피점 같은 곳처럼 집회 때문에 장사가 잘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