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막으려면 손 씻으라는데…"비누가 없다"

정한결 기자
2020.03.04 06:00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상가 화장실. /사진=정한결 기자

코로나19의 기본 예방수칙으로 '비누로 손 씻기'가 언급되지만 정작 시민들이 이용하는 상가들 가운데 화장실에 비누를 비치하지 않은 곳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스크·손 세정제 구비도 필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손 씻기부터 신경을 더 쓰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상가 화장실에는 비누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카페, 식당과 복덕방 등에서 사용하는 곳으로, 지하철역과 대형교회가 인근에 위치해 오가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비누 거치대조차 없었다.

영등포구 소재 다른 세 곳의 상가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이 중 한 곳에 입점한 식당의 종업원 A씨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니까 (건물 관리자 측이) 도난 걱정에 내놓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인근 대형 상가의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상가에는 병원만 3곳 들어섰고 약국, 카페, PC방 등도 있었지만 비누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비누 거치대가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자리에는 못자국만 남아있었다. 건물을 관리하는 상가 측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라진 비누?…'원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한국의 화장실에서는 비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획재정부의 조사결과, 2014년 기준 약 5만8000여개의 전국 공중화장실에서 18%인 1만여 곳이 비누를 비치하지 않았다. 민간이 아닌 공중화장실에서도 5곳 중 1곳에 비누가 없었던 셈이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조사에서는 이용자의 44.6%가 공중화장실 이용 불편함의 가장 큰 이유로 비누·화장지 등 비품 부족으로 꼽기도 했다.

특히 민간 상가의 경우 공중화장실과 달리 비누 등의 비치 품목을 두도록 강제하지 못해 사실상 사각지대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을 통해 바이러스 예방수칙으로 손 씻기의 중요성이 부각됐음에도 여전한 상황이다.

민간 강제는 어려워…시민들 협조 필요해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는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곳곳에 비누를 구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로 씻는 것보다 비누가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를 손에서 제거하는데 손 소독제(알코올)의 효과가 제일 좋다"면서 "그러나 마스크에 이어 이마저도 매진인 상황에 비누라도 써야한다. 비누와 손 소독제에 비하면 물로만 씻는 것은 효과가 상당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이미 공중화장실에 비누 등 비치 품목을 잘 구비하라는 지침이 내려졌지만 사실 민간도 강제로 구비하라고 사소한 부분까지 규제하기는 어렵다"면서 "민간에 이에 대해 홍보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양천구 소재 한 상가 화장실. /사진=정한결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