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유명인의 과거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도 이원일 셰프의 예비신부 김유진 PD, 모델 출신 배우 강승현이 가해자로 지목받았다.
학교폭력은 직업과 관계없이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방송가 유명인이 가해자라면 더욱 뜨거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왜 대중은 연예인의 학교폭력에 더욱 분노하는 것일까.
연예인의 이미지는 ‘상품가치’와 이어진다. 이미지에 따라 활동 범위와 수익이 정해진다. 이에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미지가 가능한 좋은 쪽으로만 비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포장한다. 과거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지금의 좋은 이미지와 과거 가해자의 모습 간 괴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더욱이 연예인은 최근 10년간 교육부가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희망직업' 설문조사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연예인이 되기 위한 무명(無名)의 시간은 쓰지만 일단 스타 반열에 오르고 나면 대중의 인기는 물론 높은 경제적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는 피해자에 더 큰 박탈감을 안기는 대목이다. 실제로 배우 강승현으로부터 폭행 피해를 폭로한 A씨는 "2008년 TV를 보다 모 슈퍼모델 대회에서 참가자로 나온 가해자를 봤다. '설마 잘 되겠냐. 저런 사람이 설마 잘 풀릴까' 생각했지만, 가해자는 1위를 했고 '인성을 가장 크게 보고 뽑았다'는 심사위원의 말에 한동안 억울해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밝혔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가해자의 모습을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한다는 것도 학창시절 기억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로선 견디기 어려운 대목이다. A씨는 "보고 싶지 않아도 드라마, 라디오 게스트, SNS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해자를 제가 더 이상 피할 방법이 없어 글을 올릴 결심을 다졌다"고 밝혔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두려움 속에 용기 내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익명에 기대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 것도 연예인 학교폭력 폭로가 이어지는 이유다. 또 화제가 된 글의 ‘좌표’(링크)를 공유하는 방식은 빠른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묻힐 뻔했던 '학교 폭력' 제보를 재조명받게도 만든다.
특히 폭로 글에 굳이 가해자 실명을 밝히지 않더라도, 누리꾼들이 글 안의 단서를 바탕으로 가해자를 찾아내 간접적으로 실명을 공개하기도 한다. 방송과 여러 매체에 공개된 유명인의 사생활 정보를 바탕으로 유추하는 것. 학교폭력 폭로 대상에 연예인이 주로 거론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최근에는 폭로의 대상이 TV 등에 출연하는 전통적 개념의 연예인을 넘어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까지 넓어졌다. 1월 유튜버 겸 온라인 쇼핑몰 대표 하늘 역시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하늘은 최초 “사실이 아닌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지만 추가 폭로가 이어지자 사과한 뒤 쇼핑몰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다만 폭로가 주로 일방의 주장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은 한계다. 때로는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장 또는 허위 사실로 인한 비난을 감수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한 커뮤니티에는 인기 먹방 유튜버 '쯔양'의 동창이라는 누리꾼이 "쯔양은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폭로글을 올렸지만, 쯔양이 오히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였다"고 해명한 뒤 폭로글이 삭제되자 여론의 지지는 쯔양에게 향했다.
2018년 1월엔 모모랜드 주이를 향해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주이의 실제 학교 동창들이 반박했고, 주이가 졸업한 학교가 "학교폭력과 음주·흡연 징계 사실이 없다"는 사실확인서를 발급하기도 했다. 고소 끝에 악플러가 적발됐고, 소속사는 반성문을 제출받은 뒤 선처했다. 온라인에 쏟아지는 학교폭력 의혹을 무작정 사실로 받아들여선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