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2030 덮친 우울, 부쩍 늘어난 자해

김남이 기자, 김주현 기자, 이정현 기자, 정한결 기자
2020.11.08 06:00

[주말 기획]젊은 대한민국의 슬픔(上)

밝았던 박지선까지…속이 곪아가는 젊은이들, 많아졌다

#. 많은 국민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줬던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씨(36)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 5일 오전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치러진 고인과 모친의 발인식에는 유족과 동료 개그맨들이 박씨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악플 없는 연예인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자신의 콤플렉스까지 웃음으로 승화시키던 그가 어머니와 함께 별세했다는 소식에 많은 국민들은 슬픔과 먹먹한 마음을 품었다.

코로나19(COVID-19)가 불러온 취업난과 고용 위기, 심리적 불안과 고립감이 커지면서 대한민국 2030세대가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자살 위험군이 기존의 노년층에서 2030세대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수년간 2030의 자살관련 지표는 심각하게 악화됐다. 올해 코로나가 이를 폭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상반기 2030세대 우울·자해 급증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의적 자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건수는 107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2건) 대비 35.9% 증가했다.

특히 20대와 30대 청년층의 자해 건수가 각각 80.5%, 87.2%로 눈에 띄게 늘었다. 5년 전인 2015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전체 자해건수는 259.9% 증가했는데 20대 증가율은 407.1%에 달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우울증 관련 진료 현황을 보면 2020년 상반기 우울증 진료 인원은 59만572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연령은 20대로 같은기간 28.3% 증가했고 30대도 전년 상반기 대비 14.7% 늘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자살 사망자수(잠정치)는 8566명이다. 전체 통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줄었지만 지난해에도 잠정치보다 실제 사망자가 약 7% 많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사망자수는 더 있다고 봐야한다.

◇20대 여성 자살 사망자 급증…실업률? 베르테르 효과?

올해 1~8월 잠정치를 성별로 구분해 전년과 비교해보면 남성 자살은 전년 대비 10% 줄었지만, 여성 자살 사망자수는 1.7% 증가했다. 특히 20대 여성 자살자가 크게 늘었는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자 수는 296명으로 지난해 상반기(207명)보다 43% 증가했다.

여기에는 유명인의 자살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도 20대 여성의 자살 사망자수는 534명으로 2018년보다 25.6%나 급증했는데, 정부에서는 이를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이나 대중이 선망하던 사람이 자살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 인물을 따라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로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에는 아이돌그룹 에프엑스 멤버 설리가, 11월에는 가수 구하라가 세상을 떠났는데, 1~9월 20대 여성 자살건수는 평균 25건이었으나 10~12월에는 43.7건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경제적 어려움도 상대적으로 크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실업급여지급현황을 살펴보면 20대 여성 실업급여수급자 비중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늘었다. 전체 실업급여수급자 가운데 20대 여성 비중은 2018년 8.2%, 2019년 7.9%를 기록했는데 올해 5월에는 10.1%까지 올랐다.

UN 보고서에서는 양육 부담의 증가와 코로나19 여파로 가족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가정폭력의 증가 등도 여성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백종우 자살예방센터장은 "젊은층의 일자리가 서비스 업종이나 여행업 등 코로나 시대에 취약한 업종에 많아 좀 더 취약할 수도 있다"라며 "특히 젊은 여성층은 지난해 가을 두 명의 여성 연예인의 잇단 자살 이후 자살률이 크게 늘어나는 베르테르 효과도 일부 있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주현·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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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4% "극단적 생각"…'자살율 1위' 한국, 더 우울해졌다

지난해 10대~3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특히 20대 사망원인 절반(51%)이 자살로 나타났다. 2019년 20대 자살 사망률은 교통사고 사망률(9.9%)보다 5배나 높다.

7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자살은 2019년 대한민국 10대 사망원인 중에서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10대 사망원인 중 자살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질병이다.

지난해 대한민국에서 자살로 인한 전체 사망자 수는 1만3799명이다. 전년 대비 129명(0.9%) 증가한 수치다.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 수는 37.8명이다.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6.9명으로 전년 대비 0.2명(0.9%) 증가했다. 이는 OECD 37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평균 자살 사망률인 인구 10만명당 11.3명보다 2.1배 높다.

여성 자살률은 2018년부터 높아지기 시작했다. 2017년 인구 10만명당 13.8명이던 여성 자살률은 2018년 인구 10만명당 14.8명으로 7.4% 늘어났다. 2019년에는 인구 10만명당 15.8명의 자살률을 기록해 2018년보다 6.7% 늘어났다.

◇'자살 생각해봤다' 13.8%…올해 더 심각하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지난 9월 전국 성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자의 13.8%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2018년 이 비율(자살생각률)이 4.7%였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 들어서도 코로나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3월에는 9.7%를, 5월 10.1%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112신고센터에 접수된 자살 신고도 상반기 4만2291건이 접수되면서 전년 동기(4만1121건) 대비 1170건 가량 늘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1393) 건수는 지난해 월평균 9217건에서 올해 1~8월 1만6457건을 기록하며 78.6% 급증했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걱정과 두려움, 불안, 우울을 느끼는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자살 시도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감염 등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불안을 느끼는 이들은 지난 5월 대비 큰 폭으로 늘었고 3월과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불안위험군으로 분류된 이들은 전체의 18.9%로, 5월(15%)보다 높았지만, 3월(19%)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우울의 경우 두려움·걱정·불안과 달리 꾸준히 상승세다. 9월 조사에서 우울위험군은 22.1%로, 3월 조사 17.5%, 5월 조사 18.6%보다 높았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우울증 진료 인원은 59만572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8% 증가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정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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