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핼러윈 맞은 이태원은 이미 '위드코로나'…"마스크 썼으니까"

김성진 기자, 홍효진 기자
2021.10.31 06:00
핼러윈을 하루 앞둔 30일 저녁 6시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의 세계음식거리는 핼러윈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사진=김성진 기자

100m를 이동하는데 5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핼러윈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5시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역 6번 출구 얘기다. 마블 코믹스의 블랙팬서 코스튬을 입은 외국인이 취재진 앞길을 가로막았다. 외국인은 표범처럼 두 팔과 다리를 넓게 벌려 10초 간 포즈를 취하더니 이태원 역 방향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외국인이 섰던 자리 위로 데드풀과 슈퍼 마리오 등 다양한 분장을 한 20대 청년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은 정부가 사회적거리두기 방침 전환을 시사한 '위드 코로나'를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다음달 1일부터 수도권에서 10명까지 사적모임이 허용되고 다중이용시설을 24시간 이용이 가능진다. 아직 방역수칙이 완화되지 않았지만 핼러윈을 맞으며 이태원에서는 '위드코로나'의 시간이 앞당겨진 듯했다. 지난 2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104명 수준. 하지만 상황의 엄중함은 남일인 듯 이태원 거리에는 토요일 밤을 즐기려는 청년들로 가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20대 남성은 "사람에 깔려죽을 것 같은 이 상황이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기뻐했다.

"핼러윈 분장해드려요" 20~30대 줄지어...구청 "위드코로나 늦춰질까 걱정"
핼러윈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5시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역 4번 출구 근처에서 마블 코믹스 블랙팬서 복장을 입은 외국인 한명이 갑자기 길을 가로 막았다. 이날 이태원 일대에는 블랙팬서 외에도 슈퍼마리오, 좀비 등 분장을 한 청년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홍효진 기자.

'핼러윈 특수'였다. 이태원의 세계음식거리에 위치한 호프집은 입구에 '핼러윈' 스티커를 붙이고 식탁마다 호박 램프를 올려뒀다. 핼러윈 분장을 해주는 노점상도 인기 만점이다. 입과 눈가에 핏자국을 그려주는 아티스트 앞에 오후 5시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지만 20~30대 20여명이 줄을 섰다.

핼러윈 분위기에 맞추려는 듯 20~30대는 저마다 분장을 마치고 이태원으로 쏟아졌다. 저승사자와 백설공주 등 분장은 각양각색이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검은 복면을 쓴 30대 여성은 "사람이 많은 걸 보니 코로나19 걱정이 된다"면서도 "그렇지만 다들 마스크를 잘 쓰고 있고 큰 접촉도 하지 않으니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핼러윈을 하루 앞둔 30일 저녁 6시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의 세계음식거리는 핼러윈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사진=김성진 기자

밤이 깊을수록 이태원은 더 붐볐다. 저녁 6시쯤 이태원의 세계음식거리에서 사람들은 50cm씩 촘촘이 붙어서 걸었다. 이들은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높지 않다고 믿고 있었다. 또 백신접종률이 높아진 점을 믿고 안심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한시간 걸려 이태원에 왔다는 곽모씨(26)는 "앞으로 인원, 시간 제한을 더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석모씨(26)도 "20년 지기 친구들과 예전에는 일년에 2~3번씩 봤는데 올해는 한번도 못 봤다"며 "곧 연말인데 송년회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좁은 곳에 사람들이 밀집한 탓에 집단감염이 터질까 '초긴장' 상태였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위드코로나로 진입하는 데 지자체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했다. 용산구는 이태원 인기 골목에 소독약 게이트웨이를 설치하고 QR코드 전자출입명부을 작성 중이다. 외국인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등 집중 방역 점검도 계획돼 있다.

상인들은 오랜만에 몰려든 인파를 반기면서도 한편으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태원역에서 100m 떨어진 곳에 덮밥집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은 "오늘 손님이 많아진 것은 좋지만 아무래도 집단감염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70대 여성도 "혹 감염자가 나와 위드코로나가 늦어지면 어떻게하나 걱정스럽다"면서도 "어쩌겠나. 이 젊은이들을 집에서 못 나오게 막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 말했다.

'밤 10시' 넘었는데 헤어질 생각 않아…길거리 공연, 노점상에 다시 모여
핼러윈 하루 전인 30일 저녁 10시10분쯤 서울시 용산구의 이태원역 일대로 핼러윈을 즐기던 20~30대가 쏟아졌다./사진=김성진 기자

핼러윈 열기는 밤 10시가 돼도 식지 않았다. 식당과 주점, 카페에서 핼러윈을 즐기던 20~30대가 밤 10시쯤 이태원역 일대로 모여들었다. 곧장 헤어지긴 아쉬웠다. 노점상과 길거리 공연 현장에 사람이 몰렸다. 이태원역에서 100m쯤 떨어진 곳 케밥을 파는 트럭 앞에 시민 10여명이 줄을 섰다. 산타 차림에 트럼펫으로 찬송을 연주하는 외국인 앞에도 사람이 몰렸다.

늦은 시간까지 사람이 뭉치다보니 방역수칙 위반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밤 10시10분쯤 카우보이 분장을 한 백인 남성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이태원역 일대를 걸었다. 30대 여성 김모씨는 "마스크 안 쓴 모습을 보니 무섭다"고 했다. 이태원역 주변에 설치된 호박 랜턴 등 핼로윈 장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줄 때문에 3번 출구 앞에서 시민들은 50cm 간격을 두고 촘촘이 서야했다.

해산이 쉽지 않은 탓에 지자체는 더욱 긴장한 모양새다. 전날 경찰은 이태원에서 사실상 클럽임에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후 저녁 10시를 넘겨 영업하다던 업소를 적발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저녁 7시부터 자정 이후까지 식당과 주점이 정말 문을 닫았는지 확인하는 합동단속에 나설 것"이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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