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밥, 종이컵 한 컵이면 충분하냥?…캣맘·서울시 평행선

김미루 기자, 강주헌 기자
2023.02.17 10:18

"70g 충분"vs"급여량 의미 없다"…중성화 사업엔 공감대

고양이가 철쭉 앞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 제공

"길고양이 밥은 1회에 70g(종이컵 한 컵)이면 충분하다."(서울시)

"길고양이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양껏 먹어야 한다. 언제 또 먹을 걸 찾게될지 모르니까. 급여량 논의 자체가 의미 없다."(캣맘 단체)

길고양이를 어디까지 돌보는게 적정한지를 놓고 서울시와 캣맘 단체들의 의견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시청에서는 서울시 동물보호과 주최로 '지역활동 캣맘 모임과 소통 간담회'가 열렸다.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전길연)을 비롯한 전국 13개 캣맘 단체가 자리했다.

캣맘 단체는 길고양이 급여량을 제한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황미숙 전길연 대표는 "70g은 집고양이 기준"이라며 "길고양이는 때가 아니면 못 먹어서 급여량 자체가 의미 없다"고 말했다.

전길연은 임신·수유 여부나 연령·성별·몸무게에 따라서 적정 급여량에 차이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길연은 "70g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무엇이고 개체의 개별 특성을 무시한 급여 방식이 공존을 위한 제안인지 답변해달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캣맘들이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막지는 않고 있다. 길고양이가 늘어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한 중성화사업(TNR)을 더 수월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중성화사업은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해 생식능력을 제거한 뒤 방사하는 사업이다.

중성화를 하려면 먼저 길고양이를 대거 포획해야 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길고양이들을 일일이 잡는 데는 어려움이 크다. 일단 일정 구역으로 모이게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먹이로 유인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사료가 많이 남아 주변 환경을 해치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한 번에 먹을 양을 70g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영양학적으로도 고양이 성체를 기준으로 사료 70g이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배진선 서울시 동물보건팀장은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의 생체 리듬이 다르지 않다"며 "중성화사업 때 기초 검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이 비만"이라고 말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에 대한 시선은 대체로 싸늘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에 접수된 길고양이 불편 민원은 2013년 고양이 소음 민원 중심에서 최근 급식소 위생관리, 과도한 사료급여 등 캣맘 돌봄 방식에 대한 민원으로 옮겨갔다.

갈등은 온라인에서도 눈에 띈다. 유튜버 '새덕후'(본명 김어진)는 지난달 28일 '고양이만 소중한 전국의 캣맘 대디 동물보호단체분들에게'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책임을 못 진다면 밥을 주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서울시와 캣맘 단체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지역활동 캣맘 모임과 소통 간담회'에서 △먹이 급여 △길고양이 야생동물 사냥 문제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입양센터 설립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김미루 기자

길고양이의 야생동물 사냥 문제도 논쟁거리다. 서울시는 마포구 난지 한강공원, 노원구 중랑천 상류 등에 위치한 23만2276㎡ 면적의 야생동물보호구역 6곳에 길고양이 급식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중성화 사업이 필요하다는 데는 캣맘 단체들도 동의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전체 길고양이의 절반 가까이는 이미 중성화가 된 상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21년 사이 길고양이 중성화율은 10.3%에서 49%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체수는 20만3615마리에서 9만889마리로 줄었다. 서울시는 중성화를 통해 서식밀도 100마리/㎢와 중성화율 70%에 도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배 팀장은 "서초나 방배 등 중성화율이 80%를 넘어서는 지역은 민원도 많지 않다"며 "중성화에 필요한 포획과 방사 과정에 그 지역 캣맘 등 시민 자원봉사 활동이 활발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길연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청이 '공공급식소 기본원칙'에 적은 1시간 내 먹이 제거 규정 등 급여 시간 제한 방안에 대해 "길고양이 먹이 생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배 팀장은 "(30분이든 1시간이든) 시간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 서울시 공식 입장"이라고 답했다.

전길연은 또 "악성 민원과 보호 민원이 대립하는 상황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길고양이와 상생하려는 각 지자체의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배 팀장은 "서울시 차원에서도 교육·입양센터 설립을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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