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앞둔 임 병장 '탕탕탕'…아수라장 된 GOP, 9년전 그곳엔 무슨 일이[뉴스속오늘]

구경민 기자
2023.06.21 05:3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 (고성=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강원도 동부전선 GOP서 총기난사 후 도주해 구속된 임모 병장이 8일 오후 사건현장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2014.7.8/뉴스1

2014년 6월 21일.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육군 제22보병사단 GOP(일반전초) 한 소초의 경계작전이 끝날 무렵, 그곳에서 잇단 총성과 수류탄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삽시간에 소초는 아수라장이 됐다. 가해자는 임도빈 병장. 그는 원한을 품었던 이들, 그리고 같이 근무했던 이들을 총으로 조준해 한명씩 사살했다. 그리고는 소초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소초를 떠나 고성 이름 모를 산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이 사건은 임도빈 병장의 이름을 따 '임 병장 사건'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총기 난사 사건이 많았지만 해당 사건이 유명한 것은 전역을 3개월 앞둔 병장이 벌인 총기 난사사건이기 때문이다. 임 병장은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총기 난사로 5명 숨지고 7명 부상…임도빈 병장 생포
= (고성=뉴스1) 한재호 기자 12사단 장병들이 22일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진부령 고개에 임시건문소를 설치하고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르고 무장 탈영한 임모 병장 사진을 참고해 지나는 차량들을 검문 검색하고 있다. 21일 저녁 8시15분께 강원 고성군 육군 22사단 GOP(휴전선을 지키는 일반전초)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임모 병장은 K-2 소총을 난사해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군은 해당부대 전지역에 "진돗개하나"를 발령하고 임병장의 도주로를 차단, 포위망을 좁혀가던 중 고성군 현내면 명파초등학교 부근에서 탈영병과 교전을 벌였다. 2014.6.22/뉴스1

9년 전인 6월21일 오후 8시15분.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55분까지 주간 경계 근무를 마치고 복귀한 임 병장은 무기를 반납하지 않은 채 약 20분 후 동료 장병에게 수류탄 1발을 던지고 총격을 가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주간 근무자로 알려졌다. 순간 12명의 사상자를 낸 임 병장은 K2 소총과 실탄 60여발 등으로 무장한 채 탈영했다.

이 총기 사고로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22사단은 사건 발생 2시간 후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위기대응반을 가동했다. 진돗개 하나 발령은 위협상황이 실제 일어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가장 높은 단계의 경계조치다. 곧바로 예상 도주로에 검문소가 운영됐고 수색 및 체포 작전이 실시됐다. 703 특공연대 등 특수부대까지 투입됐다.

하지만 임 병장을 체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철야 수색 끝에 군경 병력들이 고성군 전 지역을 대상으로 추적에 나섰으나 야간이라는 악조건 때문에 임 병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작전 중 서로를 임 병장으로 오해한 병사들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2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군 당국은 '사살 명령'을 내리게 됐다.

이틀 뒤인 23일 오전 8시 20분. 우려곡절 끝에 군은 임 병장을 발견하고 포위병력이 포위망을 형성했다.

오전 11시 25분경에는 가족들도 와서 임 병장의 투항을 설득했다. 하지만 임 병장은 "다 끝났다"며 총으로 가슴을 쏴 자살을 시도했다. 군은 임 병장을 생포해 강릉 아산병원으로 이송했다. 총탄은 심장을 가까스로 빗나가 생명에는 이상이 없었다.

임 병장은 어느 정도 회복 후 조사를 받기 위해 국군기무사령부로 이송됐다. 이처럼 고성지역 전체를 두려움에 떨게 한 임 병장의 탈영은 약 이틀이 지난 23일 임 병장을 병원으로 이송하고서야 끝났다.

총기난사, 전역 3개월 남겨놓고 왜?

임 병장은 원래대로라면 2014년 9월에 만기전역을 할 예정이었다. 전역이 88일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전역을 불과 3개월 앞둔 상황에서 왜 총기 사고를 저질렀을까. 사건 초기 일각에서는 '간첩의 소행이 아닌가'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임 병장이 쓴 유서에는 자신을 따돌리고 무시한 초소원들에 대한 불만이 낱낱이 적혀 있었다. 이른바 '계급 열외'로 힘겨워하다가 사고를 일으킨 것이었다.

임 병장은 A급 보호관심병사로 관리를 받고 있던 상태였다. 군은 '관심사병'을 경중에 따라 ABC로 등급을 나눠 관리한다. A는 자살징후가 있는 특별관리 대상, B는 충분히 근무할 수 있는 중점관리 대상, C는 기본관리 대상이다.

임 병장은 2013년 4월 1차 인성검사에서 A급 관심사병으로 지정됐었다. 그러나 같은해 11월에 B급으로 낮아졌다.

이후 2013년 11월에 임무수행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지휘관의 판단으로 초소에 투입됐다. GOP 근무를 하더라도 관심사병에게는 총이나 실탄을 다루는 근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보통인데, 임 병장은 실탄을 지급받고 GOP에도 투입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사건으로 국방부 내 허술한 관심병사 제도와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인권위는 "사람을 등급으로 표현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받아들인 국방부는 기존 관심병사 제도를 폐지하고 '도움배려병사' 제도로 명칭을 변경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도움배려병사는 각 부대에 지정된 관리책임 간부의 지도를 받는 것과 함께 병영생활 전문 상담관 상담, 그린캠프 입소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또 이 사건으로 군대 내에서의 집단따돌림이나 상급병사가 하급병사를 갈구는 등의 행위가 많이 근절됐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군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허용과 외출 허용의 계기가 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단 한장의 반성문 제출도 없어…우리나라 마지막 사형 확정
= 육군22사단 GOP에서 총기난사 후 탈영했던 임모(23) 병장이 16일 오후 1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마지막 공판을 마친 후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임병장은 군 검찰 측에게 사형을 구형받았다. 2015.1.16/뉴스1

2015년 1월 16일. 제1야전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 최종공판에서 군 검찰 측은 비무장 상태인 소초원을 대상으로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만큼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고, 2월 3일 제1야전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 재판부는 계획적인 범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해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비무장한 전우를 살해하는 등 집요하고 치밀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무고한 전우에 총구를 댄 잔혹한 범죄에 대해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단 한 장의 반성문도 제출하지 않고 책임을 동료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과거 범죄 전력이 없고 학창시절 괴롭힘을 당해 왔다는 이유는 면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임 병장은 61번째 사형수로 확정됐으며, 이후 사형수가 나오지 않아 우리나라 마지막 사형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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