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을 눈물짓게 하는 인기 드라마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 전복을 딴 해녀들이 모여 그날 나오지 못한 동료 해녀를 위한 전복을 분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한 해녀가 반대하고 나선다. "내 목숨 걸고 따온 전복을 내놓지 못하겠다"고. 그때 선배 해녀가 한마디 한다. '"너 드러누워도 똑같이 해준다."
로펌 자산관리센터에서 상속, 승계, 후견, 신탁으로 자산관리솔루션을 제공하는 필자는 해당 장면을 보고 '이게 바로 신탁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해녀들 모두 작업자이자 공동관리자인 수탁자로서 누군가 아프더라도 서로 챙기는 마음을 이어간다면 그것이 바로 신탁이라는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마주한 신탁제도는 현실 속 우리 삶에에선 어떤 역할을 해줄까?
50세의 김길동씨는 최근 시골에서 홀로 지내던 어머니를 여의었다. 슬픈 마음도 잠시, 김씨는 어머니 상속재산을 정리하며 불편한 사실을 접하게됐다. 평소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지인이 어머니에게 2000만원을 빌려간 사실이다. 어머니의 현금 전 재산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김씨는 결국 어머니의 친한 지인을 불편한 일로 마주하게 되며 미리 안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만약 어머니가 신탁으로 돈을 관리했다면 원치 않는 사람에게 빠져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에 맡겨진 돈은 지급한도나 용도를 미리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살던 주택은 아들을 수탁자로 하는 가족신탁을 설정해 담보제공 등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신탁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원하는 내용을 법적 허용범위에서 모두 담을 수 있다.
김길동씨와 달리 신탁을 활용한 잘 활용한 사례도 있다. 세 자녀를 둔 홍길순씨는 남편이 남겨놓은 주택과 상가로 노후생활 중이다. 세 자녀 중 한 명은 사업실패로 어려운 생활 중이다. 홍씨는 이에 본인 사후 상속으로 인한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신탁을 설정하기로 했다. 다소 여유 있는 두 자녀를 수탁자로 하는 신탁계약을 해 두 자녀가 주택도 매각할 수 있고 상속세를 납부한 뒤에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조치했다.
현 세제는 연대납세의무가 있어 상속인들 중 한 사람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도 다른 상속인들이 연대해 납부해야 한다. 유산취득세로 전환된 후에도 조세채권 회수에 문제가 있을 경우 연대납세의무가 부과될 예정이다. 홍씨는 이같은 채권자 위험을 방지하고, 또 분재을 방지하는 등 공정한 분배를 하기 위해 신탁을 택한 것이다.
신탁은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인한 가족간 다양한 갈등을 풀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많은 금융기관이 수탁자로서 유언대용신탁 등 종합재산 신탁업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폭싹 속았수다'의 해녀 이모들처럼 사랑의 마음을 굳건히 실천하는 민사신탁의 영역도 더 확대될 것이다. 고령화로 인한 노후재산관리, 홀로 남겨지는 어린 자녀, 장애인 가족을 위한 안전한 사회 시스템으로 신탁이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배정식 수석전문위원은 국내에 유언대용신탁을 처음 도입한 인물로, 주요 업무분야는 신탁과 상속후견, 기업승계, 유산정리 및 시니어비지니스다. 하나은행에서 상속과 증여, 기업승계 등의 분야에서 다수의 자산관리 신탁을 담당했으며 하나은행에서 국내 최초로 신탁센터인 리빙트러스트센터를 설립에 참여하고,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