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협박범으로 만들어 성폭행하려 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남성은 1인 2역을 연기하며 피해자가 자신을 협박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JTBC '사건반장'은 지난 3일 방송에서 2년 전 협박범으로 몰려 성폭행까지 당할 뻔했다는 여성 A씨의 사연을 전했다.
사건은 2023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린터기가 고장나 중고시장 앱에 "서류를 대신 출력해달라"는 글을 올린 A씨는 30대 남성 박모씨로부터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박씨는 연락처를 알려달라며 출력물을 집까지 가져다주겠다고 했고, 이에 부담을 느낀 A씨는 "해결했다"며 만남을 거절했다.
그런데 한달쯤 지나 A씨는 박씨의 전 여자친구라는 인물 B씨에게 뜻밖의 문자를 받았다. B씨는 "박씨가 그룹채팅방 등에서 A씨를 성희롱하고 있다"며 "사과를 받게 도와줄 테니 함께 복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자신도 박씨에게 성폭력을 당했고, 이를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나체' 사과 영상을 받아놨다며 A씨에게 이를 보내주기도 했다. 영상엔 박씨가 나체 상태로 자신의 신분증을 든 채 B씨에 대한 성폭력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B씨는 A씨에게 "당신도 피해자다. 같이 사과 영상을 찍게 하고, 영상을 지우는 조건으로 피해 보상을 요구하자"고 했다. 이에 넘어간 A씨는 박씨와 B씨가 있는 그룹채팅방에서 B씨와 함께 박씨를 협박했고, 그 결과 '나체 영상'도 받아냈다.
다만 나체 영상을 보낸 박씨는 곧바로 태도를 바꿔 "더는 못하겠다. 둘 다 고소하겠다"고 했다. 동시에 B씨도 "죄송한데 저도 이제 꼬리를 내려야겠다"며 A씨와 연락을 끊었다.
박씨는 이후 A씨에게 만남을 요구했다. 졸지에 협박범이 된 A씨는 죄책감과 두려움에 만남에 응했는데, 이 자리에서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박씨는 "너를 보니 마음이 편해지고 성관계를 하고 싶다. 성관계를 해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며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A씨의 격렬한 저항으로 미수에 그쳤다.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던 A씨는 당시 박씨를 고소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월 경찰로부터 박씨와 B씨가 동일인물이며, 동일한 수법으로 여성 수십명을 성폭행했다는 말을 듣고 2년 만에 법적 대응에 나섰다.
A씨의 법률대리인은 "피해자로 하여금 죄책감을 일으키면서 피해자 자체의 인생을 조종한 사안"이라며 "그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평범한 사람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수준의 굉장히 지능화된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것을 알지 못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경찰은 박씨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접촉한 여성만 100여명에 달하고, 이중 피해 사실을 인정한 여성이 20~30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했다. 박씨에게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강간, 협박 등 10여개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지난 8월 말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사건을 접한 양지열 변호사는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를 보면 청소년 보호법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이다. 미성년자들을 피해자로 삼았던 것"이라며 "협박도 들어가 있고, 성착취물 제작도 있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