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스캠(연애빙자사기)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고 조직적으로 사기를 치면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어서다. 로맨스스캠 관련 데이터 부족으로 체계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로맨스스캠 발생 건수는 1357건이다. 이는 지난 한 해 로맨스스캠 발생 건수에 비해 7.3% 늘어난 수치다. 피해액도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9개월간 피해액은 847억원으로, 2024년 한 해보다도 25% 폭증했다. 검거 건수는 519건이다.
로맨스스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조직이 늘어나면서 범죄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 거점을 둔 범죄조직은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투자 사기 등 분업화한 사기 조직을 운영한다. 로맨스스캠과 투자 사기가 혼합된 범죄도 저지른다. 경찰은 지난달 캄보디아 바벳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46억원을 가로챈 웹 기반 연애 사기 조직원들을 붙잡았다.
주로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로맨스스캠 범죄에는 딥페이크·딥보이스 등 기술이 악용된다. 최근 경남 밀양에서 50대 여성이 인공지능(AI) 기술로 배우 이정재를 사칭한 스캠 일당에서 5억원을 편취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로맨스스캠은 조직적으로 이뤄지며 전화를 거는 사람과 돈을 가져가는 이가 달라 범죄수익금 추적도 어렵다"며 "결국 (스캠) 조직이 증가하고 잡히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캠은 재산 범죄에서만 머무르는 게 아닌 공갈과 협박으로도 발전한다"며 "최근 소셜미디어와 딥페이크·딥보이스 등 기술 발전으로 피해가 커지면서 당국이나 연구자가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경찰은 로맨스스캠 범죄와 관련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연령대별 피해자 비중과 같은 기초적인 통계조차 취합하지 못하고 있다. 범죄통계시스템상 죄명별로만 통계가 산출돼 세부 사기 유형은 각 시·도청을 통해 수기로 취합하는 실정이다.
로맨스스캠 통계를 따로 취합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경찰청이 로맨스스캠 수사부서를 사이버범죄수사과에서 경제범죄수사과로 조정하면서부터 통계 관리가 시작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과 함께 통계 시스템 구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로맨스스캠 범죄 대응을 위해선 심층적인 데이터 확보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금융사기 조사의 큰 어려움은 사기 유형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문제로 통계 신빙성이 떨어진다. 경찰서를 사칭해도, 카드회사를 사칭해도 모두 기관 사칭형으로 뭉뚱그려지니 사안별 대처가 어렵다"며 "법안 논의를 할 때도 세부 통계가 있어야 정책을 세밀하게 짤 수 있고 국회에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현황 파악이 되지 않으면 만들어진 대응책이 실효성이 없을 수 있고 인력·예산 낭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연령대별 통계뿐 아니라 거주지와 소득을 구분해서 집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 중심 대응책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고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로맨스스캠을 사기 범죄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본인이 당한 일을 수치스럽게만 볼 게 아니라 국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조직 범죄라는 사실이 잘 전달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