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쿠팡 새벽 배송 업무를 하다가 숨진 30대 노동자 고(故) 오승용씨 유족이 쿠팡에 사과를 요구했다.
유족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부, 전국택배노조 제주지부, 쿠팡본부 등과 1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씨 어머니는 "며느리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경찰에서 전화가 왔는데 승용이가 다쳤다고"라며 "'젊으니까 많이 안 다쳤겠지. 설마 눈 한번은 마주치겠지'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눈 한 번 뜨지 않더라"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앞서 노조는 유족 동의를 받고 오씨 휴대전화를 조사해 쿠팡 애플리케이션과 업무카톡방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8월 쿠팡 CLS가 내놓은 과로사 대책인 '야간 택배노동자 격주 주5일제'가 오씨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오씨 주 평균 노동시간은 69시간이었고 일주일 중 6일을 12시간씩 일했다.
오씨는 친부 장례를 치르기 전인 지난달 31일부터 닷새 연속으로 새벽 배송 업무를 했다. 그는 지난 4일 오후 9시쯤 돌아가신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 사망 소식을 듣고 4시간을 더 배송한 뒤 5일 새벽 1시가 돼서야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오씨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빈소를 지키고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대리점 관계자는 오씨에게 복귀를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이 부친을 땅에 묻은 날인 7일 메시지를 통해 "내일 출근할 수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오씨는 장례가 끝난 다음 날인 8일 하루 쉬고 9일 오후 7시쯤 출근했다. 근무 7시간 만인 10일 오전 2시쯤 택배 차량을 몰다가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 증언에 따르면 오씨는 대리점에 장례식 후 2일간 휴무를 요청했지만 '2일은 쉴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아 하루만 쉬고 출근했다.
오씨 영업점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는 오씨가 속한 대리점에서 주 6일 근무가 만연했고 7일 연속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씨 어머니는 "아버지를 잃고 장례식을 치른 지 며칠 안 됐다. 하루만 쉬게 했다면 이렇게 죽음까지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유족은 "고되고 힘든 택배 노동에 내몰렸다가 갑작스러운 희생으로 인해 유족들은 슬픔에 잠길 수밖에 없다. 가장을 잃고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장례를 치르고 충분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일하러 나갔다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쿠팡 대표는 과로로 숨진 오씨의 영정과 유족 앞에 직접 와서 사죄해달라. 맺힌 한을 풀어달라"고 했다.
유족은 "유족의 막막한 생계와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할 대책을 세워 유족에게 당장 내놓아달라. 제2, 3의 오승용이 나오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 국민들과 택배 노동자들 앞에 제시해달라. 그래야 승용이가 눈을 감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