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이 문제가 아니다"..고강도 업무·낮은 단가에 불만 토로

박진호 기자, 김지현 기자, 최문혁 기자
2025.11.22 09:50

[MT리포트]새벽배송 10년, 존폐 기로③

[편집자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중심으로 국내 유통 시장 판도를 바꾼 '새벽배송' 시스템이 10여년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민주노총이 최근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심야(0~5시) 시간대 배송 전면 금지를 제안하면서다. 새벽배송이 더욱 발전시켜야 할 유통 혁신인지, 택배 근로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축소해야 할 시스템인지 머니투데이가 들여다봤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제주 쿠팡 새벽배송 희생자 고 오승용 유족, 원내 제정당 공동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문제는 새벽 배송이 아니라, 회사의 과도한 비용 절감에 따른 과로예요."

쿠팡 야간배송 정규직 근로자 A씨(46세)는 "새벽배송은 (기사들이) 사정에 맞게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나마 정규직은 야간수당을 받지만 퀵플렉서(특수고용직)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며 "매출을 위해 물량을 억지로 늘려가며 일하고 결국 사고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택배 근로자들은 정규직, 특수고용직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고강도 업무와 낮은 단가에 불만을 토로했다. 배송물량은 늘고 단가는 낮아지는데 일부 근로자는 낮은 단가를 만회하기 위해 물량을 늘리고 이는 곧 과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쿠팡 퀵플렉서는 하루 평균 11.1시간을 근무했으며 월평균 490만8000원으로 실질소득으로 벌어들였다.

'공짜노동'과 반품·회수, 업무부담 키워
특수고용직 야간배송 근로자의 일과/그래픽=이지혜

정규직 기사들은 반품·회수 등의 작업을 업무 과중 요소로 꼽았다. 반품 건은 역순일 뿐 배송과 비슷하지만 같은 돈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공짜 노동'이라는 주장이다. 신선식품 보냉 가방 프레시백을 수거하면 비정규직 기사들은 100~200원이라도 받지만 정규직 기사들은 추가적인 대가 없이 회수한 프레시백에서 냉매제를 따로 분리하고 남아있는 송장을 제거해야 한다.

비정규직 택배근로자들은 낮은 단가에 불만이 많다. 비정규직 주간기사 B씨(46세)는 오전 6시부터 일을 시작해 자정에 퇴근하고 있다. 과거 1000원 이상의 단가를 받았으나, 지금은 오전 배송 단가가 900원으로 낮아졌다. 그는 "기사들이 일종의 그냥 도구화, 부품화됐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쉬고 싶어도 못 쉰다"며 "그만두는 사람들도 계속 생기니 고정적으로 쉴 수 있는 일자도 보장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물건 분류 작업은 여전히 '공짜 노동'이다. 배달물량이 있는 캠프에 도착한 기사들은 자신들이 배달할 물건들을 분류한다. 담당 구역에 배정된 기사가 2명 이상이기 때문에 이를 섞이지 않도록 나누는 작업이다. 짧으면 하루 1시간, 길면 2시간 이상이 소요되지만 추가 대가는 없다.

"배송 수행률 등 시스템 개편해야"

분류작업은 곧 마감시간 압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캠프와 배송지를 오가면 1회전이다. 통상 쿠팡은 주간에 2회전을, 야간은 3회전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급하다보니 신호를 무시하기도 한다. 쿠팡 퀵플렉스 기사 C씨(35세)는 "분류가 오래 걸리면 이후 운전도 험해진다"며 "간혹 (생계 등을 이유로) 욕심에 하다가 안타까운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배송 수행률 평가 등 시스템 개선없는 새벽배송 금지는 비현실적이라는게 택배기사들의 하소연이다. 쿠팡은 전체 위탁받은 물량 중 기준 시간 내에 배송된 비율로 택배기사를 평가한다. 평가가 나쁘면 해당 기사는 배송구역을 잃게돼 무리해서라도 업무에 나서게 된다는 설명이다. 주 5일 근무도 꿈같은 얘기라는게 현장의 얘기다. C씨는 "올 여름 쿠팡에서 격주 5일 근무로 조정했으나 평가를 생각하면 사실상 주 6일 하듯이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