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 사고를 계기로 구축 아파트의 스프링클러 미설치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아파트의 경우 비용 부담과 구조 변경 등의 현실적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5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전국 아파트 4만9810단지 가운데 51.2%(2만5525단지)는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은 아파트 비중은 40.1%(1만9989단지)다. 나머지 11.1%는 부분적으로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스프링클러는 열을 감지해 물을 자동으로 분사하는 기기로 화재 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서울시 주택화재 사고(1만602건·방화 제외)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미설치 주택에서는 116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노후 아파트의 경우 스프링클러 미설치가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해 6월 부산 진구 한 아파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7세·10세 자매가 숨졌다. 전날 발생한 은마아파트 화재 사고에서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소방시설법상 6층 이상 아파트는 전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설치 의무화는 1990년부터 시행돼 점차 강화됐다. 다만 일반 주택의 경우 규정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후 아파트가 사실상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정치권에도 관련 논의가 이어져왔지만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기존 건축물에도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해 발의했지만 진전된 사안은 없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 발의한 법률 개정안 역시 계류 상태다.
비용 부담도 현실적인 문제로 꼽힌다. 소방청이 추산한 일반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은 세대당 2000만원 수준이다. 일반 스프링클러는 수조·펌프 등 대대적인 공사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미설치 아파트에 설치하는 건 어렵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상수도에 연결하는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도 500만원 정도로 알려져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아파트의 스프링클러 추가 설치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자동폐쇄장치 등 다른 대안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스프링클러 설치에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 지원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자동폐쇄장치 등 큰 공사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안전 관계자의 역량 제고와 기존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