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통제 풀려요?" 불편 참은 시민들…BTS 공연 '무사고' 빛났다

오문영 기자, 민수정 기자, 박진호 기자, 김서현 기자
2026.03.22 11:40

[BTS 컴백]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일인 21일 서울 광화문역 출입구가 통제되고 있다. 이날 5호선 광화문역은 오후 2∼10시, 3호선 경복궁역과 1·2호선 시청역은 오후 3∼10시 무정차 통과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근처 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 사진=뉴스1

BTS(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이 무사고로 마무리됐다.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이례적이고 도전적인 초대형 콘서트였으나 수만 명의 인파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안전 강국'의 역량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면에는 교통 통제와 혼잡을 감내한 시민들의 배려, 휴일을 반납하고 현장을 지킨 공무원들의 헌신도 있었다.

BTS 공연이 열린 지난 21일 누군가는 주말 나들이를 포기했고, 누군가는 먼 거리를 돌아가야 했다. 이날 교통 통제가 이뤄진 광화문 일대에서는 우회로를 찾는 시민들에게 경찰과 안전통제요원이 길을 안내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통제 구간을 지나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언제쯤 통제가 풀리느냐" "어딜 가도 돌아가야 한다"는 불만 섞인 말도 나왔다.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선 갈 곳을 찾지 못한 어르신이 발걸음을 멈추자 경찰이 이동을 요청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어르신은 "갈 곳이 없다"고 했지만 경찰은 "있을 곳을 찾아드릴 수는 없다. 이동하셔야 한다"며 재촉했다. 또 다른 고령의 시민은 행렬 속에서 길을 잘못 들어 "사람을 가지도 못하게 하고 이게 뭐 하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광화문 주변 예식장을 찾은 하객들은 몸수색을 받고 청첩장을 신분증처럼 제시하며 식장에 입장해야 했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이 경찰 버스로 이동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해당 결혼식 하객 조모씨(65)는 "경찰차를 지원해준다니 반갑기도 하면서 얼떨떨하다"며 "공연하는 건 좋지만 통제 부분에서 더 슬기로운 방법은 없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열리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공연장 주변 결혼식 하객들이 경찰 기동대 버스에서 내려 핸드스캐너 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을지로3가역~한국프레스센터 구간에 기동대 버스를 투입해 하객 이동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 사진=뉴시스

서울시와 경찰에 따르면 이날 공연장을 중심으로 광화문광장 북단부터 시청역 일대까지 1.2km 구간이 통제 구역으로 설정됐다. 이 구간은 거대 스타디움의 관객석처럼 운영됐으며 31개 게이트의 검문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세종대로 광화문~시청 구간은 공연 전후로 33시간 동안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됐다. 사직로와 새문안로 등도 시간대별로 통제됐고, 86개 버스노선은 우회 운행을 했다.

행사의 영향은 일상 전반에까지 이어졌다. 안전을 이유로 공연 당일 인근 빌딩 31곳의 출입이 통제됐고 경복궁과 국립고궁박물관도 문을 닫았다. 세종문화회관 역시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거나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도 제한됐다. 일부 직장에서는 공연 전날 오후 전 직원에 반차 사용을 권고하면서 '연차 사용 강요' 논란도 일었다.

행사 안전 관리를 위해 행정력도 대거 투입됐다. 경찰은 기동대를 비롯해 일선 경찰서 인력까지 6700여명을 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공연이 열리는) 폐쇄된 경기장과 달리 개방된 도심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 특성상 가용 인력을 최대한 투입했다"고 했다. 충분한 경비 인력이 부재한 가운데 참사로 이어진 이태원 사례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도 인력 803명과 차량 102대를 동원하고, 국가소방동원령 사전동원을 통해 서울 밖에서 구급차 20대를 추가 배치했다. 또 행사장 인근 7개 소방서장이 정위치에 근무하며 추가 인력 차량을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도 갖췄다. 서울시와 종로구·중구청에서도 안전 관리를 위해 공무원 2600명을 투입했다.

행정력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일각에서는 다른 지역의 치안·안전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BTS를 탓하는 것도 아니고 이번 공연이 국가 홍보에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도 아니다"라며 "행사로 인한 공백으로 피해를 받으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을 텐데 서울시민을 위한 안전서비스 공백을 방치하는 행사 주체를 규탄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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