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대위로 예편한 38세 한국계 남성이 돌연 한국군에 재입대했다. 그는 현재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두 번째 훈련병 생활을 즐기고 있다.
육군훈련소 28교육연대 이재원 훈련병은 지난 4일 국방일보 기고문을 통해 "맡겨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14살때 미국으로 이민한 이 훈련병은 육군 예비역 대령인 할아버지, 중위로 복무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의 길을 걸었다. 미군에 입대해 성조기를 가슴에 달고 중대장으로 부대를 이끌었다.
다만 그의 가슴 한편에는 늘 조국 대한민국에 빚을 진 것 같은 답답함이 가득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조국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마쳤던 독립유공자 증조할아버지를 떠올리면 그 역시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 역시 이 훈련병의 뜻을 존중했다.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만난 영국인 아내는 이 훈련병보다 더 한국 정서와 문화를 사랑했다. 이 훈련병은 아내의 지지로 23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국적을 회복하고 병역 의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미 연방정부는 경력과 기술에 따라 재향군인을 연방공무원으로 채용한다. 보통 대위는 GS-11에서 GS-13 등급을 부여받으며, 연봉은 1억500만~1억9400만원 수준이다.
미 연방정부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포기한 이 훈련병은 현역 복무를 희망했다. 나이 제한에 걸려 현역병 입대가 어렵게 되자 병무청을 상대로 약식재판을 하며 의지를 피력했지만, 결국 제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보충역으로 복무하게 됐다.
이 훈련병은 "실망하지는 않았다. 증조할아버지부터 이어져 온 4대째 충성은 계급이나 복무 형태에 좌우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훈련소에서 한참 어린 전우들과 땀 흘리며 대한민국 사회복무요원이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화려하고 깨끗한 장교 정복 대신 땀과 먼지가 묻은 훈련복을 입고 있지만, 마음가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 모를 산야에서 독립을 외쳤던 증조할아버지, 평생을 군에 몸담으신 할아버지와 아버지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고 싶다. 미 연방정부에서 배운 '국가의 책임'이란 가치를 이제 대한민국에서 실천하고자 한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될 앞으로의 시간 동안 4대째 이어지는 군인 가문의 자긍심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