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 범죄자 80%가 무기징역…'범죄 예방' 실효성 의문

최문혁 기자
2026.03.30 16:29
지난 27일 '마약왕' 박왕열(47)이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신상정보가 공개된 범죄자 10명 중 8명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상정보 공개가 최고 수준의 형벌이 선고되는 일부 중대 사건에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라는 제도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머니투데이가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이 시행된 2024년 1월 이후 신상정보가 공개된 범죄자 26명을 분석한 결과, 1심 판결을 받은 20명 중 16명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4명은 각각 징역 20년~40년형을 선고받았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특정중대범죄 사건에 대해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유사 범죄와 재범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신상정보 공개 범위가 좁아 무기 혹은 장기로 복역하는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만 공개되는 추세다.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상정보가 공개된 범죄 유형도 살인에 편중된 양상을 보였다. 26명 중 텔레그램 성착취방 '목사방' 총책 김녹완(34), 필리핀에서 임시 인도된 '마약왕' 박왕열(47)을 제외하면 모두 살인이나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상 대상 범죄에는 내란·외환과 범죄단체 조직죄, 폭발물 사용죄,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마약범죄 등도 포함된다.

2024년 이후 신상정보 공개 범죄자 형량 비중./그래픽=이지혜.

전문가들은 신상공개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대부분은 한국처럼 비공개를 기본 원칙으로 두지 않고 신상 공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신상 공개 기준을 두고 논쟁이 반복되면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형이 확정되지 않은 범죄 피의자의 인권과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감안했을 때 신상정보 공개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된다. 신상 공개가 낙인 효과를 낳을 수 있고, 이후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엄격한 기준 아래에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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