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심에서 나란히 형량이 가중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방해와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9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 심리로 열린 2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2년 늘어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도 지난 28일 서울고법 형사15-2부(부장판사 신종오) 심리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 징역 1년 8개월보다 형량이 2년 4개월 더 늘었다.
윤 전 대통령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혐의들은 마찬가지로 유죄로 보면서 무죄가 선고됐던 '국무위원 2명에 대한 심의권 침해'와 '외신 허위 공보' 관련 혐의까지 유죄로 뒤집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소집 연락을 받고도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재판부는 이들 위치와 이동 시간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국무회의 참석이 불가능한 시점에 통지가 이뤄졌다며 이들의 심의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또 '국회 출입을 막지 않았다',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 등 허위 사실이 담긴 PG(프레스 가이던스·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를 해외홍보비서관에게 작성·외신 배포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역시 유죄로 봤다.
1심이 유죄로 인정한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범인도피교사)와 내란수사에 대비해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을 허위 작성하고 이를 훼손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 역시 원심 유죄 판단을 유지했지만 문서를 서랍 안에만 보관하다 폐기해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 역시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혐의가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로 뒤집히면서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그라프 목걸이 1개를 몰수하고 2094만원 추징도 명했다.
2심 법원은 김 여사가 2010년 10월 22일∼11월 4일 블랙펄인베스트(이하 블랙펄) 측에 20억원이 든 계좌를 위탁해 주식 거래를 맡기고 수익의 40%를 약정한 점에 대해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익 40% 지급은 시장 상황에 따른 주가 상승 외에 블랙펄 측이 인위로 만들어낸 주가 상승에 대한 대가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 여사가 블랙펄 측에 제공한 계좌가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될 수 있는 사실을 미필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정범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김 여사가 2010년 10월28일∼11월1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블랙펄 측이 지정한 시점과 가격에 매도한 행위에 대해 시세조종 일환인 '통정매매'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공동 가공의 의사를 갖고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해 가담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 취임 전인 2022년 4월7일 통일교 측으로부터 800만원 상당 샤넬 가방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도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단순 선물로 보기 어렵고 가방을 받은 시점에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대선을 도운 통일교 측이 보상을 요구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받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부분에 대해선 1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만큼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고 여론조사를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을 약속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각각 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