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무효?" '재력가 딸' 여친 28번 찔렀다…살인범 된 의대생[뉴스속오늘]

김소영 기자
2026.05.06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연인을 흉기로 28차례 찌른 수능 만점자 출신 서울 소재 명문대 의대생 최모씨.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갈무리

2년 전 오늘인 2024년 5월6일, 서울 명문대 의대생 최모씨(당시 25세)가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뒤 극단 선택을 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재력가 집안인 피해자를 신분 상승 발판으로 삼기 위해 양가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했으나 이를 뒤늦게 안 피해자 부모가 혼인무효 소송을 예고하자 피해자를 살해했다. 1심에서 징역 26년을 선고받은 최씨는 2심에서 징역 30년으로 가중됐고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돼 복역 중이다.

교제 두 달 만에 혼인신고…"젊을 때 출산해야" 가스라이팅

1999년생 최씨와 피해자 A씨는 중학교 동창 사이로 2024년 2월 최씨가 먼저 A씨에게 연락하면서 교제를 시작했다. 이들은 사귄 지 53일 만에 양가 부모님 몰래 혼인신고를 했는데 여기엔 최씨의 치밀한 계획이 숨어 있었다.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A씨는 그해 7월 미국 유학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A씨가 유학을 떠나기 전 혼인신고를 해야 자신이 법정 상속인이 될 수 있다는 계산 아래 A씨에게 혼인신고를 강요했다.

최씨는 의대 졸업 후 피해자 집안으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아 피부과를 개원하려 했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유튜브 갈무리

최씨가 의대 졸업 후 A씨 부친 돈으로 피부과를 개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 A씨에게 "젊을 때 아이를 낳는 게 좋다"고 가스라이팅 하면서 "유학 2년 차쯤 휴학 후 귀국해 임신·출산하자"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최씨의 이 같은 계획은 A씨 부모가 딸의 혼인신고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물거품이 됐다. A씨 부친은 딸에게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결별을 요구했고 최씨 모친에게도 아들이 다니는 대학교로 소장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를 전해 들은 최씨는 혼인무효 사건이 학교에 알려지면 징계받고 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극심한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이 같은 불안과 분노는 결국 A씨를 살해하겠다는 비뚤어진 결심으로 이어졌다.

여친 휴대폰 보는 사이 꺼낸 흉기…옷 갈아입고 또 찔렀다
최씨가 연인을 살해한 현장을 구급대원들이 수습하고 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갈무리

사건 당일 오전 범행 장소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 들러 현장을 살펴본 최씨는 오후엔 경기 화성시 한 대형마트에서 범행에 쓸 흉기 2개를 구입했다. A씨가 반항할 것을 대비해 잡화점에서 청테이프를 구매하기도 했다.

A씨와 함께 머무르던 호텔로 돌아온 최씨는 오후 3시쯤 A씨를 데리고 범행 장소로 향했다. 그는 버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A씨 옆에 앉아 휴대전화로 '칼로 사람 죽이는 방법', '경동맥 살인,' '목의 구조' 등을 태연스레 검색했다.

범행 장소는 두 사람이 평소 자주 데이트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오후 5시쯤 건물 15층 옥상에 도착한 두 사람은 인근 편의점에서 산 소주를 나눠 마셨다. 최씨는 A씨 관심사를 대화 주제로 꺼내며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을 하도록 유도했고 그사이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A씨 왼쪽 목을 10차례 찔렀다.

A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최씨는 피 묻은 손을 옷에 문질러 닦은 뒤 미리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곤 다시 A씨에게 다가가 반대쪽 목에 5차례, 목 정면에 6차례, 양쪽 눈과 이마에 각각 한 차례씩 흉기를 휘둘렀다. 부검 결과 숨진 A씨 몸에선 총 28곳의 흉기 상흔이 발견됐다.

'수능 만점' 최씨, 동성애자 의혹도…징역 30년 확정
범행 직후 체포된 최씨의 모습.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갈무리

최씨는 범행 이후 투신 소동을 벌이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구조됐다. 경찰이 A씨 시신을 발견하면서 긴급 체포된 최씨는 이후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최씨가 2018년도 수능 만점자 출신임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SNS(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최씨 신상 정보가 확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동성과 가학적 성관계를 즐겼다는 폭로도 나왔다. 유족과 전문가들은 최씨가 입신양명을 위해 성적 지향을 숨기고 A씨에게 접근했다고 봤다. 최씨는 또 정자 기증을 2차례 할 정도로 자기애가 강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전문가는 이 같은 성향이 범행 동기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씨에 대한 폭로가 잇따랐지만 경찰은 끝까지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최씨가 계획범죄임을 인정했고 범죄 유형이 잔혹한데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교제 살인 특성상 피의자 신상이 공개되면 피해자 신상까지 공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A씨 유족도 신상 공개를 원치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최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극단적 선택을 여러 차례 시도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극단 시도를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며 형량을 높여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최씨 측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유족, '시체손괴죄'로 최씨 고소…검찰 송치→보완 수사 요구
피해 여성 부친이 '시체손괴' 혐의 고소장 제출 후 취재진 앞에서 딸 살해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모습. /사진=KBS 뉴스 방송화면 캡처

A씨 유족은 지난해 6월 "최씨가 살해와 관계없이 비정상적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시체를 흉기로 유린했다"며 최씨를 시체손괴 혐의로 고소했다.

A씨 부친은 고소장 제출 후 취재진 앞에서 딸이 살해당한 순간을 직접 재연하기도 했다. 팔을 뻗은 채 땅바닥에 엎드린 그는 사인펜으로 자기 목에 마구 점을 찍고 얼굴에 검은 선을 그으며 딸의 상처를 일일이 되짚었다.

경찰은 최씨가 A씨 사망을 인지한 후에도 시신을 훼손했다고 판단해 시체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구체적 범행 의도와 선후 관계에 대한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돌려보낸 상태다.

살인죄와 시체손괴죄는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 살인 목적으로 흉기를 거듭 휘둘렀다면 살인죄 하나에 흡수되지만 피해자 사망을 확실히 인지한 상태에서 새로운 의도를 갖고 시신을 훼손했다면 시체손괴죄가 별도로 성립한다.

법조계에선 최씨가 범행 당시 상의를 갈아입은 뒤 A씨에게 재차 접근한 행위가 단순히 '확인 사살' 목적이었는지, 유족 주장대로 '비정상적 감정 표출'(시체손괴)을 위한 것이었는지 가려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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