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法 신경전?… 길어지는 대법관 공백

오석진 기자, 이혜수 기자
2026.05.19 04:00

사법부 독립 논란에 후임 제청 멈춘 대법원
첫 대법관은 '대통령 뜻 반영' 관례 깨질 듯
재판 소원·헌재 변수 겹치며 인선 '안갯속'

조희대 대법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법관 공석 사태가 길어진다. 대법원장과 청와대 사이 '기싸움'이 벌어진다는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어렵게 하는 변수들이 조심스레 떠오르고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과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을 동시에 제청하면서 실마리를 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실패하면 대법관 공석 사태가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은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법원 내외부로부터 이 대법관 후임자를 천거받는다고 18일 밝혔다. 이 대법관은 오는 9월7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대법원은 천거기간이 지나면 심사에 동의한 대상자 명단과 학력, 주요 경력, 재산, 병역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이 가운데 3배수 이상의 대법관 적합자를 후보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은 1명을 제청하고 국회 동의를 얻어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지난 3월 퇴임한 노 전대법관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한 명의 대법관도 몇 개월 뒤 퇴임을 앞두면서 대법관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영재 전 법원행정처장이 재판부로 복귀해 공석을 메웠지만 또 한 명의 이탈이 발생하면 대법원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 전대법관 후임을 제청하면 우려가 해소되지만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와의 신경전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교착상태가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상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 대법관 임명은 대통령 뜻에 맞춰 제청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법원이 여러 우려를 표했음에도 사법개혁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이 통과되고 정치권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탄핵까지 거론하면서 사법부 독립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인은 "법원을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아 사법권 독립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양측이 대법관 후보자를 두고 다투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것이 현 소강상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대법관 제청권은 사법권의 독립을 의미한다. 이번에 청와대 뜻대로 해준다면 사법권 독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며 "조 대법원장이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한 사건을 정식 심리를 받는 재판소원 1호 사건으로 꼽은 것도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원하는 대법관 후보자 중 한 명인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가 오영준 헌법재판관의 배우자여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헌재가 이 재판소원과 관련해 대법원에 의견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법원은 아직 의견을 보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수많은 재판소원이 예상되는데 선례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강행규정도 없다.

한 법원행정처 출신 법조인은 "이번 재판소원으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가 틀어지면 (해당 비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이 대법관과 노 전대법관 후임을 동시에 제청하며 청와대와 대법원이 서로 양보하는 식으로 현 교착상태가 해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노 전대법관 후임 후보자가 그대로 이 전대법관 후보자가 될 수 있을지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달렸다. 반면 이 대법관 후임 제청절차도 늦어지면 대법관 공석으로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가 크게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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