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활동가들이 시위하는 과정에서 서울 지하철역 승강장에 수백장의 스티커를 붙이고 래커 스프레이를 뿌린 것은 재물손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0일 박경석·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등 3명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재물손괴 등) 혐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박 대표는 벌금 300만원, 권 대표와 문 대표는 각각 벌금 100만원이 확정됐다.
이들은 지난 2023년 2월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 벽면과 바닥에 장애인 예산·이동권 확보 주장을 담은 스티커 수백 장을 붙이고, 바닥에 래커 스프레이를 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이 사건 승강장의 효용을 해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들의 행위가 승강장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해 유죄를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벽면과 기둥 빈틈에 도배하듯이 수백 장의 스티커를 부착하였는데, 그로 인해 지하철 이용객들이 안내표지 및 안내판 등의 위치를 찾고 정보를 습득함에 있어 상당한 불편함을 초래하였을 것"이라며 "이 사건 승강장의 미관이 훼손된 정도도 상당"하다고 봤다.
또 승강장의 원상회복을 위해 서울교통공사 직원 30여명이 이틀간 제거 작업을 진행한 것과 관련해 "제거를 위해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시위 종료 이후 자발적으로 부착된 스티커를 제거하지 않았고 이를 시도했다는 정황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알리고 규탄하려는 목적과 표현의 자유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하더라도 다른 합법적 수단·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스티커를 벽면과 바닥에 빼곡히 부착해야 할 긴급성이나 불가피성 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의 유죄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죄 성립,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원심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