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의정 갈등 당시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와 의대생 명단을 온라인에 유포한 사직 전공의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의료법상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한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의료인 면허 취소 사유가 돼 해당 전공의는 의사 면허도 잃게 될 전망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류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0일 확정했다.
류씨는 2024년 8월부터 9월까지 의정 갈등 국면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근무한 의사와 의대생 등 2974명의 명단을 해외 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페이스트빈' '아카이브' 등 해외 사이트에 해당 명단을 모두 21차례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명단은 '의료계 블랙리스트'로 불렸다.
재판 과정에서 쟁점은 류씨가 온라인에 명단을 올린 행위가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는지였다. 류씨 측은 단순히 인터넷에 글을 게시한 것은 스토킹 처벌법상 문제가 되는 지속적·반복적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류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은 류씨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배포하고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킨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류씨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비난했으며 악의적 공격과 협박을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공포심을 느꼈고 대인기피와 공황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봤다.
2심도 류씨의 행위가 타인을 압박하기 위한 이른바 '좌표 찍기'에 해당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류씨가 초범이고 잘못을 인정한 점,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류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류씨는 당분간은 의사로 활동하기는 어려워졌다. 의료법은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끝난 뒤 2년이 지나지 않은 의료인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면허가 영구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상 면허가 취소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면허 재교부 신청이 가능하다.
한편 류씨 측은 상고심 과정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스토킹 처벌법 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씨 측은 최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