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기업 연구원 출신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 정모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열고 징역 3년8개월을 선고했다.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는 배심원들의 평결보다 더 높은 형량이다. 7명의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정씨에게 징역 3년의 유죄 평결을 내렸고,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 평결했다"며 "피고인은 적어도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일부에 해당한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 또는 예견했지만 이를 용인하면서 범행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는 행위라는 점을 몰랐고, 범행 고의와 공모한 사실이 없다'는 정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고인은 만 60세 성인으로 대기업 등 다수의 회사에서 연구 개발직 등으로 근무한 사회경험이 있었다"며 "(이 사건 관련) 채용 절차가 통상적이지 않다는 점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급받은 돈이 업무 난이도에 비해 상당한 고액이고 지급방식도 이례적"이라며 "신원이 불명확한 사람의 지시로 길거리에서 거액의 수표를 건네받고 이를 실체를 모르는 회사 계좌로 송금하는 행위가 범죄와 연루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형 사유에 대해서는 "(피고인 범행은) 피해의 실질적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다"며 "피해회복도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씨가 형사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확정적인 고의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아니라는 점, 얻은 이익이 전체 피해액에 비해 소액인 점 등은 유리한 요소로 참작됐다.
앞서 정씨는 지난해 4월 수차례 금융감독원 직원, 서울 마포경찰서 수사과 직원 등 사칭에 속은 피해자들의 돈을 1차 현금수거책으로부터 건네받아 조직원이 지시한 계좌로 송금하는 등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같은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정씨는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범행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가 가담한 범행 피해자는 총 12명, 피해금은 14억6500만원에 달한다. 정씨가 범행 과정에서 보수 명목으로 챙긴 금액은 200만원으로 파악됐다.
1심 선고 이후 검찰과 정씨 측은 판결에 불복해 양측 모두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