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동네에 사는 1020 청년들이 모여 요리하고 저녁 식사를 한다. 때로는 보드게임을 하고 요가 수업을 듣는 날도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필요하다면 또래 상담가와 대화 시간도 갖는다.
네덜란드의 청소년·청년 상담 전문 단체 이즈(@ease)에서 이뤄지는 활동이다. 이즈는 2018년 설립된 비영리단체(NGO)다. 12~25세를 주 대상으로 활동하지만 첫 독립이나 직장 생활을 경험하는 30대까지 제한 없이 받는다. 현재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 등 전국 총 15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 문제를 '쉬쉬'하지 않고 또래들끼리 대화함으로써 해결해보려는 해외의 대표적 사례다.
네덜란드 아메르스포르트에서 만난 아리안 웨스트휘 이즈 대표는 "이즈 활동의 핵심은 외로움이나 대인관계, 학교 생활 등 다양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들이 안심하고 대화를 나누는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즈의 주 활동은 '또래 상담'이다.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되기 전 또래 관계를 통해 '조기 개입'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누구나 무료로 상담 훈련을 받은 또래 봉사자 2명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필요시 정신과 전문의와 연계될 수도 있다. 익명성도 보장된다.
전형적인 대담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청년들을 위한 '산책 상담'도 있다. 시내나 공원을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요리나 요가, 미술을 함께 하며 자신에 맞는 방식으로도 소통할 수 있다.
웨스트휘 대표는 "10·20대는 인간관계 형성뿐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이나 성 정체성 등 다양한 고민을 겪는 시기"라며 "어려움을 성장 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비슷한 경험을 한 또래를 만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걸 깨닫는 것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즈가 강조하는 대화의 기술은 '경청'과 '적정거리 유지'다. 웨스트휘 대표는 "많은 사람이 대화할 때 온전히 듣기보단 즉각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려 한다"며 "눈을 마주 보고 상대를 존중하는 대화를 나누도록 훈련한다"고 했다.
실제 봉사자들 역시 '또래 공동체'를 통해 성장했다. 5년째 로테르담 센터에서 상담 봉사 중인 에밀리(25)는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과 대화한 경험이 값지다"라며 "이즈처럼 청소년과 청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지역 공동체가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호주의 청소년·청년 정신건강 자선단체 '바티르(Batyr)'는 학교 안에서 정신건강 이야기를 일상화하는 데 집중한다. 올해 설립 15주년을 맞은 이 단체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신건강 경험을 직접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박장애나 우울감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던 청소년이 또래 앞에서 자기 경험과 회복 과정을 들려주는 방식이다. 매년 약 4만명의 학생이 참여한다.
시드니에서 만난 패트릭 다아시 바티르 대표는 "정신건강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학교 안에 자리 잡아야 한다"며 "겉으로는 좋은 친구와 가족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혼자 고통을 견디고 있다면 그때부터 정신건강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에 대한 낙인 해소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상담실을 특별한 공간이 아닌 일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체육관에 가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듯 상담실도 마찬가지"라며 "학교는 학생들이 정신건강을 건강관리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아시 대표는 자살 예방 정책이 청소년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로 친구를 잃고 싶어 하는 아이는 없다"며 "정부와 정책 결정자들은 청소년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묻고 그 답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