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20대 디스코팡팡 DJ가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남성은 '합의된 관계'라며 혐의를 부인했는데 법조계는 강간 혐의 입증 여부와 상관없이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 혐의만으로도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윤정 변호사는 24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 이게 면죄부가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절대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형법 제 305조에 규정돼 있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간음한 경우, 19세 이상 성인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간음한 경우 성립된다. 성관계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행 혐의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보다 나이가 많은 청소년이라도 어른이 우월한 지위나 신뢰관계 및 위협적 상황을 이용한 거라면 결코 대등한 합의로 볼 수 없다"며 "특히 이번처럼 수갑을 채워 저항하지 못하게 한 정황이 있다면 '합의'는 주장 자체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가해자들이 흔히 '합의됐다'고 주장해도 법원은 관계의 실질과 정황을 따지기 때문에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 "'시간이 지났으니 처벌이 어렵지 않냐' 걱정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는 처벌할 수 있는 기간이 굉장히 길게 보장돼 있다. 신고가 늦었다고 처벌 못 하는 게 절대 아니라는 점, 피해자분들이 꼭 아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되며 과학적 증거 확보 등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공소시효가 연장되기도 한다.
앞서 JTBC '사건반장'을 통해 20대 디스코팡팡 DJ A씨의 여고생 성폭행 사건이 알려졌다. 피해자 B양은 디스코팡팡을 타러 갔다가 A씨를 알게 됐다. 이후 A씨는 B씨 옷을 가져간 뒤 이를 돌려주겠다면서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고, 공범인 10대 남성과 함께 범행했다. 이들은 B양에게 수갑을 채워 감금·폭행하고 범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B양은 약 4개월 동안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등교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족과 갈등을 겪으며 자해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에 신고가 이뤄졌는데 A씨는 다른 성범죄 사건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다. A씨는 미성년자 시절에도 성범죄로 징역 장기 7년, 단기 5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소 뒤 10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양에게 "방청석에 앉아 있는 너를 보고 많이 놀랐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게 돼 마음이 무겁다", "나에게 편지를 써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특히 A씨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장난감 수갑을 직접 끊어 보이며 "이렇게 쉽게 끊을 수 있는데 피해자가 도망가지 않은 것은 도망갈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공범 10대 남성은 징역 장기 7년, 단기 5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 변호사는 "A씨가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에서 조두순과 같은 점수를, 사이코패스 평가에서는 그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보도가 있다. 재범 위험성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라서 무겁게 작용할 수 있다"며 "전자발찌를 차고도 또 범행한 점, 범행 장면을 촬영한 점, 재판에서도 반성이 없었던 점 모두 가중 요소"라고 짚었다.
이어 "반대로 가해자 측은 '합의' 주장을 다시 들고나오거나 형이 무겁다고 다투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감형 요소로 인정받을 만한 게 마땅치 않아 보인다. 오히려 형이 유지되거나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