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학교폭력(학폭) 가해 사실을 인정했던 래퍼 양홍원(27)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남성의 폭로와 작업실 기물 파손 사건으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학폭을 인정하고도 활동을 이어온 양홍원과 사과받지 못했다는 피해자가 정면충돌하면서 '응당한 사적 제재'라는 옹호와 '또 다른 범죄'라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법조계에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못한 현실이 사적 제재의 배경이 될 수는 있어도 범죄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학폭 의혹이 제기된 배우와 아이돌 상당수는 연예계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해 사실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도 이미지 타격을 입고 활동 중단이나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는다. 의혹을 부인하거나 자숙 기간을 거쳐 활동을 재개해도 '학폭'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반면 힙합계는 '악동 이미지' 등을 이유로 학폭 논란에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양홍원은 2017년 학폭 논란에 휩싸였지만 이후 약 9년간 앨범을 발매하고 방송에 출연하는 등 활동을 이어왔다.
Mnet 힙합 서바이벌 '고등래퍼1' 우승자였던 양홍원은 당시 "과거 잘못을 깊이 반성한다"며 학폭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연락해 만나려 했지만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하더라"며 "사과받아줄 생각은 있는데, 촬영 중에는 싫다고 해 기다리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좋은 사람이 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 속에서도 양홍원은 같은 해 Mnet '쇼미더머니6'에 출연했다. 2019년 '쇼미더머니8'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하자 "학폭 인정했는데도 계속 저렇게 돈 버는 게 맞냐", "은퇴해야 한다" 등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여론은 조금씩 달라졌다. 양홍원은 자신의 과거를 직접 언급하며 비판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고,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해 딸을 얻으며 가정을 꾸렸다.
지난 5월에는 유튜브 채널 '양홍원의 육아일기'를 개설해 아내와 함께하는 육아 일상을 공개했다. 무대 위 거친 이미지와 달리 다정한 남편이자 아버지 모습에 일부 누리꾼들은 "과거를 반성한 것 같다", "이제 성실하게 살길 바란다"고 응원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최근 양홍원의 초·중·고교 동창이라고 밝힌 20대 남성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 글을 올리면서 학폭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A씨는 양홍원이 과거 학폭 가해 사실을 인정했으나 사과하진 않았다며 "복수할 때가 왔다. 가정 꾸리고 높은 곳에 올라갈 때까지 16년을 기다렸다. 화면에 나오는 얼굴과 목소리를 접할 때마다 여전히 두렵고 끔찍하다"고 말했다.
또 양홍원이 SNS(소셜미디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아 작업실에 찾아가 연락처를 남기고 왔는데, 이후 스토킹 혐의로 고소당했다며 "이렇게라도 연락이 닿아 기쁘다"고 했다.
양홍원 측은 A씨를 스토킹과 협박, 주거침입, 재물손괴 등 혐의로 고소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소속사 AP알케미는 지난달 22일 "A씨 글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일부 포함돼있다"며 "A씨는 글 올리기 전부터 양홍원과 가족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내왔다. 작업실 문을 부수고 무단 침입해 거울 등도 파손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형사처벌을 각오했다며 작업실 파손하는 영상을 보내왔고 추가 범행도 예고했다"며 "학폭 진위를 떠나 이러한 범죄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누리꾼들은 "얼마나 억울했으면", "진심으로 사과받았다면 안 그랬겠지", "뒤늦게라도 복수하는 걸 보니 속 시원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저런 복수는 또 다른 범죄", "별로 통쾌하지도 않다", "복수는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등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학폭에 대한 법적 처벌과 공적 구제 시스템이 피해를 충분히 회복시키지 못했고, 힙합계가 학폭 리스크에 안이하게 대응해 결국 '사적 제재'를 부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과받지 못한 피해자의 분노가 극단적 방식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폭 피해자라고 해도 가해자의 사적 공간에 무단 침입하거나 재물을 손괴하고 가족을 협박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정다솔 변호사(법무법인 하이브)는 "(A씨가 기소될 경우) 동종 전과가 없고 합의했다면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다. 전과가 있거나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형 가능성도 있다"며 "복수는 정의가 아닌 또 다른 범죄다. 사적 제재는 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역고소 빌미를 제공하고,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는 자멸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학폭 피해로 인한 고통이 형 감경 사유로 참작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학폭 피해자가 사적 제재를 선택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가해자 선도 중심이라 피해 회복을 담보하기 어렵다. 소멸시효 등으로 성인이 된 후 공적 구제에도 한계가 있다"며 "가해자 사과와 배상이 없는 현실에 피해자가 느끼는 무력감이 사적 제재라는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학폭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으로는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신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형사고소 △SNS(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공익적 폭로 등을 제시했다.
정 변호사는 "어떤 수단을 선택하든 법적 안전장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공익적 폭로는 사회적 경각심을 줄 수 있지만 명예훼손 등 역고소 위험이 크다. 반드시 사실에 기반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