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유예기간 중 별개 범죄로 자격정지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선고가 유예된 형 역시 선고한다는 법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가리는 헌법소원이 재차 헌재의 심리 대상에 올랐다. 법률조항에 대한 결정을 구하는 것과 함께 이 조항을 근거로 유예형을 선고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재판소원도 헌재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헌법재판소는 7일 오후 언론 공지를 내고 이날 지정재판부 평의를 거쳐 재판소원 청구 누적 건수 1324건 중 2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부된 사건 중 하나는 형법 제61조 제1항을 문제 삼아 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과 함께 청구된 건이다.
헌재에 따르면 청구인 A씨는 2024년 7월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죄 등으로 7억원의 벌금형의 선고를 2년간 유예한다는 판결을 받았고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던 중 A씨는 2년이 지나지 않은 사이 별개의 업무상 배임죄를 저질러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11월5일 확정됐다. 이에 검사는 선고유예의 실효를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A씨는 선고가 유예된 벌금 7억원을 내게 됐다. A씨는 항고했으나 지난 2월3일 기각됐고 재항고했으나 지난 4월 대법원에서 기각돼 확정됐다.
이에 A씨는 지난 5월 형법 제61조 제1항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거나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전과가 발견된 때에는 유예한 형을 선고한다'는 조항을 문제 삼으며 헌재 문을 두드렸다.
A씨는 선고유예를 받은 자가 집행유예를 받은 자보다 불리하게 취급된다며 해당 조항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집행유예의 실효는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때'로 제한되는 반면, 해당 조항은 범행 시기를 불문하고 유예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기만 하면 선고유예가 실효된다는 점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현재 해당 조항과 관련, 전원재판부에서 3건을 심리하고 있다. A씨는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구하는 것과 함께 기각된 자신의 재항고 사건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했다.
이날 회부된 나머지 1건은 앞서 4차례 회부된 사건과 같이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이 문제가 된 사건이다. 이날 회부된 사건을 포함하면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이 쟁점이 돼 전원재판부 심리를 받게 된 재판소원 사건은 총 5건이다. 청구인들은 지난 4월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청구인들은 2024년 5월 학교폭력을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으나 1심에서 지난해 7월 기각됐다. 이에 청구인들은 같은 달 항소하고 3개월 뒤인 10월 항소이유서를 제출했으나 소송기록접수통지로부터 40일인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을 넘겼단 이유로 각하됐다.
청구인들은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을 넘겨 각하한 결정이 부당하다며 항고와 재항고를 제기했으나 결국 지난 3월 기각됐다. 청구인들은 "항소이유서 제출 제도는 실질적으로 다툴 의지가 없는 항소를 조기에 정리하고 항소심 쟁점을 조속히 정리하기 위해 새로 도입된 제도"라며 "법원 결정 전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했음에도 법원이 항소각하 결정을 한 건 재판 청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4월 2심과 3심 재판의 취소를 요청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3월12일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이날까지 모두 1324건의 사건을 접수했다. 이중 이날부로 12건이 전원재판부에 회부됐고, 1109건이 각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