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대형견 '멋진이'가 주인이 세상을 떠난 이후 새로운 가정에 입양돼 '대견이'라는 새 이름으로 두 번째 삶을 시작했다.
최근 경기 용인시 한 주택 대문에 편지 한 장이 붙었다. 작성자는 대형견 '멋진이'의 새로운 가족이었다. 그는 "멋진이는 지난 5월 28일 경상남도 함양 산 속의 새로운 집으로 이사갔다"며 "함양까지 가는 2시간 30분 동안 2~3번 낑낑댔을 뿐 멀미도 하지 않고 무사히 잘 도착했다. 그래서 이름도 '대견이'로 바꿨다"고 전했다.
입양되기 전 '멋진이'는 90세 어르신과 함께 살고 있었다. 연로한 할머니의 체력으로는 대형견의 산책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마당에만 갇혀 지내는 멋진이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앞집 부부는 5년 동안 매일 새벽 멋진이를 데리고 나갔다. 혹여나 다른 이웃들이 덩치 큰 멋진이를 무서워할까봐 사람이 가장 적은 시간에 뒷산을 돌았다고 한다. 덕분에 멋진이는 상쾌한 공기를 맘껏 마실 수 있었다.
앞집 부부는 17년간 달마시안 '달마'와 '시안'이를 키운 경험이 있어 대형견 돌봄에 익숙했다. 5년 전 아이들을 떠나보낸 아픔이 있었기에 그만큼 멋진이를 더 세심하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할머니가 입원하신 뒤 마을 주민들은 마음을 모아 멋진이를 공동으로 돌보기 시작했다. 매일 대소변을 치우고 마당을 청소하는 것은 물론 깨끗한 물과 사료, 간식을 빠짐없이 챙기는 이웃들의 정성은 무려 2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덕분에 멋진이는 주인의 부재 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할머니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유족이 찾아와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멋진이는 낯선 차 뒷좌석에 실려 어디론가 떠났다. 어디로 가는지, 나쁜 곳으로 보내지는 것은 아닌지 소식을 알 수 없어 걱정하던 주민들은 새로운 가족이 보내온 편지를 받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멋진이의 새로운 가족은 "그동안 많은 분들이 대견이를 직접 보살펴 주시거나, 집 앞을 오가실 때 안쓰러운 나머지 마음으로 많은 걱정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그동안 본의 아니게 이웃 분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고 감사한 마음 뿐이다. 잘 기르겠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 집 앞을 지나실 때 가벼운 마음으로 대견이를 추억해 주시면 좋겠다. 정말 고생들 많으셨다. 그리고 참 감사하다"고 했다. 덧붙여 "이렇게나마 대견이 안부를 전해드린다"며 함양에 있는 대견이 모습을 사진으로 첨부했다.
최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한 윗집 이웃은 "사진 속 표정을 보니 여기 있을 때보다 훨씬 행복해 보인다"며 "온 마을이 함께 키운 멋진이, 이제는 대견이. 어디서든 사랑받을 줄 알았다"고 흐뭇해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웃 분들이 정말 멋지고 훌륭하시다. 이 녀석 표정을 보니 가장 행복한 얼굴이네. 할머니 안 계셔도 남은 견생 행복해야 한다", "할머니도 하늘에서 행복해 하실 것 같다", "온 마을이 지켜낸 귀한 생명이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