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습한 하수구에서 태어난 개가 있었다. 중국 광둥성 제양시 제동구의 한 마을에서 살았다. 동네 사람들은 그 개를 '왕왕이'라 불렀다.
왕왕이는 고작 한 살도 안 돼 임신해 어미개가 됐다. 태어난 새끼는 네 마리였다. 꼬물거리는 생명을 품에 안고 매일을 힘겹게 버텼다. 고난이자 행복이었다.
어느날, 초등학생 4명이 왕왕이 앞에 나타나며 평화가 짓밟혔다. 작은 생명들에게 무지막지한 학대가 시작됐다.
새끼 네 마리는 가해자들이 휘두른 몽둥이에 맞아 길바닥에서 죽었다. 비명조차 못 지를만큼 짧은 순간에 벌어진 학대였다.
그보다 더한 학대가 왕왕이에게 가해졌다. 가해자들은 녀석의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였다.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쳤지만 학대를 멈추지 않았다. 눈을 찌르고 매질을 계속했다.
왕왕이는 30분 동안 불에 타 숨졌다. 가해자들은 "이 강아지는 왜 이렇게 안 죽느냐", "냄새 좋다"고 웃으며 조롱했다. 학대가 처음이 아녔던 거였다.
왕왕이는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새끼 곁으로 간 뒤 안아줬다. 얼굴을 바라보고 곁에서 숨을 거뒀다.
이 장면은 국경이 없는듯 전 세계로 퍼져, 많은 이들을 슬프게하고 분노케 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25일 서울 중구에서 시민 100여 명과 함께 왕왕이를 추모했다. 추모 공간에는 왕왕이가 생전에 편히 먹지도 못했을 간식, 손편지, 국화 등이 놓여졌다.
이들은 '동물보호법'이 없는 중국 정부를 향해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왕왕이는 인간의 손에 무참히 죽었다. 그 죽음을 다시 일상으로 만드는 공포는, 여전히 침묵하는 제도"라며 "전국적인 동물보호법을 즉시 제정해 폭력이 반복되지 않게 막아달라"고 했다.
케어는 디지털시민광장 '빠띠'에서 이를 위한 청원도 받고 있다. 지난 18일 시작된 청원에 현재까지 1만8759명이 서명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