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카드 사려고 어젯밤부터 대기 중이에요. 밤 12시30분에 왔어요."
지난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7층 야외 테라스. 평일인데도 개장 전부터 포켓몬 카드숍 대기공간에는 이미 100명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간이의자와 돗자리를 펴고 밤을 새운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경기 안양에서 온 20대 임모씨와 박모씨도 그들 중 하나였다. 이들은 "'포켓몬 카드숍'에서 최대한 많은 카드를 사기 위해 안양에서 왔다"며 "밤 12시30분쯤 도착해 지금까지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파크몰 포켓몬 카드숍은 하루 평균 180~210명이 대기표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매장 가운데 하나다. 카드를 정가에 구매할 수 있고 다른 매장들에 비해 물량이 규칙적으로 들어와서다.
카드 1상자 가격은 종류에 따라 1만5000원에서 5만원 사이다. 1상자에 들어있는 카드 수도 다양하다. 인기 제품 중 하나인 '하이클래스팩' 가격은 1상자(10팩)에 5만원이다.
매장을 찾은 손님들은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했지만 특히 2030 남성 비중이 높았다. 상당수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투자 목적으로 카드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20대 A씨는 "희귀 카드는 소장하고 중복으로 나온 카드는 되판다"며 "비싼 카드는 정가보다 3배 높은 가격에 판매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님 박씨는 "한 번 살 때 20만원 내외로 구매한다"며 "5000~1만원 정도 웃돈을 얹어 팔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 투자의 장점으로는 적은 돈으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주식처럼 매일 시세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카드가 나오지 않더라도 수집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20대 여성 B씨는 "소장 자체가 재밌어 팔리지 않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다"며 "일본어나 영어판 카드가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경우가 있어 직접 일본에서 구매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임씨도 "조만간 카드를 사러 일본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포켓몬은 올해 30주년을 맞은 만큼 시장 규모가 상당하다. 국내 한 경매사는 최근 1억원가량 되는 희귀 포켓몬 카드를 전시했다. 지난 5월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포켓몬 행사에는 16만여명이 몰려 입장이 중단됐다.
카드 가치도 꾸준히 상승세다. 국내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에는 희귀 카드 한 장의 구매 희망가가 48억원에 등록되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켓몬 카드 가치가 지난 20년 동안 3000% 이상 상승해 같은 기간 S&P500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포켓몬 카드 열풍이 어린 시절의 향수와 투자 심리가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어릴 적 경험했던 캐릭터 문화가 수요를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카드가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복권과 비슷한 소비 심리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격 변동성이 커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부작용도 뒤따른다. 짝퉁이나 재포장 상품이 유통되고 전문 리셀러가 구매대행을 동원해 물량을 싹쓸이한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탈세 우려도 있다. 트레이딩 카드 시장이 더 발달한 일본에서는 최근 이런 불법 행위에 대응해 정치권에서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등록 사업자가 반복적으로 리셀할 경우 탈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소비자 피해 구제도 쉽지 않다"며 "일본 사례를 우리나라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세청도 트레이딩 카드 리셀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부터 리셀 업체 관련 자료를 제출받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