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 화재가 잇따른다. 냉방기기 사용 시간이 늘어난 데다 노후화와 실외기 과열 등이 겹치면서 관련 화재도 증가하는 추세다. 실외기 과열 방지 등 냉방기기 안전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소방청에 따르면 에어컨·선풍기 화재는 2021년 374건에서 2024년 530건으로 3년 만에 41.7% 늘었다. 지난해에도 514건이 발생했다. 최근 5년간 냉방기기 화재로 31명이 숨지고 136명이 다쳤다. 재산피해는 약 142억원에 달했다.
올 여름도 전국 곳곳에서 에어컨 실외기 화재가 잇따랐다. 전날 대구 동구 봉무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나 실외기실 내부가 탔다. 지난 2일에는 경기 여주 오학동의 한 아파트 실외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4명이 대피했고, 지난달 27일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실외기 화재로 주민 40여명이 대피했다.
전문가들은 '극한 폭염'에 냉방기기 사용 시간이 늘면서 화재 위험도 함께 커졌다고 분석한다. 지난해와 2024년 전국 여름철 평균기온은 각각 25.7도와 25.6도로 기상관측 이래 역대 1·2위를 기록했다. 올해도 전국 곳곳에서 40도 안팎의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냉방 전력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여름철 냉방 수요는 2020년 2만8550MW(메가와트)에서 2024년 3만6860MW로 29.1% 증가했다. 냉방기기 사용량이 늘수록 과열과 전기적 이상으로 인한 화재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태헌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폭염과 열대야가 길어지면서 냉방기기 사용 시간이 늘고 화재 발생 위험도 커졌다"며 "에어컨을 10년 이상 사용했거나 실외기에서 평소와 다른 소음이 발생하면 기기를 교체하고 실외기실 환기창은 항상 열어 과열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던 가정까지 설치하는 등 냉방기기 사용량이 늘었다"며 "에어컨은 전력 소모가 큰 제품인 만큼 전용 콘센트를 사용하고 실외기 주변엔 짐을 쌓아두지 않는 등 기본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방청도 지난달 28일 폭염 장기화에 따른 화재 위험 증가를 고려해 전국에 화재위험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청은 △실외기 먼지 제거·주변 청결 유지 △손상된 전선 교체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금지 등 전기화재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